10월 경북 문경서 열리는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
‘제발 들어가라.’ 육군5종에서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종목이 정밀투척이다. 수류탄 형태의 투사물을 외부 지름 4m, 내부 지름 2m의 원형 표적 안에 넣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고은 중사가 육군3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정밀투척을 하고 있다.영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아경기에 익숙한 국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대회다.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경북 문경시에서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린다. 1995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개최된 뒤 4년마다 열리는 ‘군인 올림픽’이다. 110개국에서 9000여 명이 참가하는 빅 이벤트다. 28개 올림픽 종목(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준) 중 축구와 육상, 수영 등 19개 일반 종목에 육군5종, 공군5종, 해군5종, 오리엔티어링, 고공낙하 등 군사 종목 5개를 포함해 24개 종목이 열린다. 한국은 그동안 이 대회에 5차례 출전해 17, 5, 7, 16, 6위를 기록했다.
장애물수영은 영법 제한 없이 50m를 헤엄치며 장애물 4개를 넘어야 한다. 한 남군이 영천실내수영장에 마련된 장애물수영 코스에서 장애물을 넘고 있다.
한국은 2011년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했지만 육군5종은 2013년 5월에야 팀이 구성됐다. 종목에 대한 정보와 시설이 하나도 없어 종목담당관인 김판술 소령(46)이 여러 대회를 참관하며 찍은 동영상을 보며 각종 운동 시설을 직접 만들어 훈련했다. 모든 시설이 갖춰진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지난해 초부터 문경 체육부대에서 훈련하다 7월부터 장애물경기장이 만들어진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에서 ‘제대로’ 훈련하고 있다.
이런 우여곡절 탓에 대한민국 육군5종 대표팀 1기 멤버(2013년 5월)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김범규 중사(29)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말한다. 코치인 권오운 상사(40), 하선애 상사(33)와 함께 각 종목을 연구하고 시설을 만들어 훈련했다. 권 상사는 “처음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훈련이 크로스컨트리였다. 초원을 그냥 달리면 됐기 때문이다”라며 웃었다.
남녀 군인 선수들이 사로에서 사격을 하고 있다. 사격은 300m 떨어진 표적에 1차 정밀사격(10분간 10발)과 2차 속사(1분간 10발)를 해 점수를 낸다.
어렵게 훈련하면서 낙오자도 많이 생겼다. 어깨와 허리, 무릎 등 부상으로 줄줄이 하차한 것이다. 사실상 전투 때 활용할 수 있는 종목이다 보니 몸을 무리하게 써야 할 때가 많아 부상이 발생한다. 게다가 종목에 대한 훈련 정보가 없다 보니 부상이 더 늘었다. 현재 훈련 중인 남자 8명, 여자 5명으로 구성된 선수단도 대부분 부상 한두 가지는 안고 훈련하고 있다.
여군들이 장애물달리기에서 장애물을 넘고 있다. 장애물달리기는 500m S자형 코스를 달리며 장애물 20개(여자 16개)를 넘는 경기로 선수들의 피를 말리는 종목으로 유명하다.
예상외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종목이 투척이다. 투척은 수류탄 형태의 투사물을 정확히 던지는 정밀투척과 멀리 던지는 장거리투척으로 나뉜다. 정밀투척은 3분간 1개 표적에 4발씩, 4개 표적에 총 16발을 투척해 표적 원 안에 넣어 점수를 받는다. 장거리투척은 1분30초간 3회를 던져 최장거리 기록을 점수화한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정밀투척. 외부 지름 4m, 내부 지름 2m 표적에 여자는 15m, 20m, 25m, 30m, 남자는 20m, 25m, 30m, 35m 거리에서 던져 넣어 점수를 받는다.
2013년 7월 대표팀 2기로 합류한 조은비 중사(28)는 “투척은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 그래서 힘들다”고 말했다. 장애물달리기와 크로스컨트리 등은 힘들긴 하지만 훈련으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데 투척은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점수가 들쭉날쭉한다는 얘기다.
조 중사는 부산 광무여중 때부터 여군을 꿈꾸다 군인이 된 ‘준비된 여전사’다. 우연히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고 군복을 입은 생도들이 너무 멋있어 가톨릭상지대 부사관학과에 입학해 2006년 임관했다. 평소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서 뛰는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다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선수로 자원했다.
사격은 300m 엎드려쏴(복사)다. 일반병이 훈련소 사격 때 K-2 소총으로 멀리 쏘는 250m보다 50m 더 멀다. 1차 정밀사격은 10분간 10발을 쏘고, 2차 속사는 1분간 10발을 쏘아 점수를 매긴다. 사격은 모니터에 결과가 바로 표시되는데 조 중사는 쏘는 족족 10점이었다.
조 중사는 처음 군인이 된다고 했을 때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지금은 “내 딸이 최고”라며 자랑하고 다닌단다. 조 중사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육군5종엔 처음 출전하지만 꼭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녀 전사들이 크로스컨트리를 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는 산악 지형을 달리는 종목으로 남군은 8km, 여군은 4km를 달린다.
특전사 출신 김진화 중사(29)는 ‘만능 스포츠인’이다. 5종목을 다 잘한다. 운동선수 출신도 아니고 군에 임관하면서 스포츠를 즐기다 육군5종을 시작해 ‘일가’를 이룬 경우다. 그는 “장애물달리기가 가장 힘들지만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은 종목이다”라고 말했다.
운동선수 출신도 있다. 장애물수영이 주 종목인 황인수 중사(24)와 황준혁 상병(25)은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황 중사는 초등학교 때 수영을 했고 충남체고에서는 중장거리 선수를 했다. 철인3종도 해 육군5종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황 상병은 한국체대에서 근대5종(승마, 수영, 펜싱, 권총사격, 크로스컨트리)을 했다. 장애물수영은 영법 제한 없이 50m를 헤엄치며 수중 장애물 4개를 통과해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크로스컨트리가 주 종목인 신상민 일병(29)은 한양대 중장거리 육상 선수 출신.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고 지금도 전국체육대회 일반부에서 1∼4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철각이다.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이제 4개월여 남았다. 육군5종. 시작한 지 2년 됐지만 남녀 전사들의 하고자 하는 정신력과 눈빛만큼은 ‘금메달감’이다. 선수들은 오전 5시에 기상해 1시간 달리기를 하고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4시, 7시부터 9시까지 하루에 총 7시간의 강훈련을 소화하며 ‘군인들의 스포츠 제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남녀 모두 상위권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