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예 미시시피호 탑승 르포
길이 10m 어뢰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미시시피호(7800t급)의 어뢰실 모습. 왼쪽 어뢰는 연습용, 오른쪽은 실제 어뢰다. 승조원은 총 137명이며 건조비용은 2조2170억 원이 넘는다.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 제공
마이클 러킷 함장은 한국 기자단을 곧장 지하 3층 어뢰실로 안내했다. 미군이 한국 민간인에게 처음으로 핵추진잠수함의 어뢰를 공개한 순간이었다. 전날 태평양함대사령부를 방문했던 한국 국회 국방위원들은 이미 몇 번 공개됐던 이지스함에 승선했을 뿐이다.
물속에 있어서일까, 아니면 10m에 가까운 어뢰의 차가운 기운 때문이었을까. 냉기가 느껴졌다. 바깥의 후텁지근한 하와이 날씨와는 전혀 다른 기류였다. 주황색은 연습용, 초록색은 실제 어뢰였다. 러킷 함장은 어뢰의 파괴력에 대해 “한 발에 배 한 척(One Shot, One Ship)”이라고 했다. 미시시피호는 어뢰 24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12기를 장착할 수 있는 공격형 잠수함이다. 속도는 수중에서 25노트(시속 약 46km). 건조비용만 20억 달러(약 2조2170억 원)에 이른다.
핵추진잠수함의 강점은 잠항 능력. 미시시피호는 한번에 90일까지 물속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작전실은 지하 2층에 있다. 과거 영화를 통해 접한 잠수함의 상징적인 장비는 잠망경이었다. 하지만 미시시피호엔 잠망경이 없다. 모든 장비를 디지털화했기 때문이란다. 터치스크린으로 좌표를 설정하고 조이스틱으로 조종한다.
지하 1층의 승조원 숙소. 커튼을 젖혀 보니 3층 침대가 2개다. 6명이 자는 숙소. 덩치가 큰 미국인들이 이런 좁은 침대에 들어갈 수나 있을까. 눈치 빠른 한 관계자는 “키가 큰 사람은 잠수함 근무자로 뽑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미국이 한국 언론에 진주만에 배치된 지 6개월밖에 안 되는 최신예 잠수함을 공개한 이유는 뭘까. 최근에 SLBM 수중사출시험을 한 북한에 대한 경고의 뜻도 담겨 있는 듯했다. 하와이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핵잠수함은 그 자체를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는 전략무기”라며 “어뢰실은 더더욱 공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와이=천상철 채널A 기자 sang10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