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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세월호 농성 천막 강제철거 움직임

입력 | 2015-05-30 03:00:00

26일 새벽 20여명 접근시도… 경찰 경비강화로 실제 행동은 못해
박원순 서울시장 “나를 잡아가라”… 세월호 천막지원 조사에 강한 불만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유족의 천막을 강제 철거하려는 일부 극우단체의 시도가 확인돼 경찰이 경비를 강화하고 나섰다.

26일 오전 4시경 광화문광장 맞은편 횡단보도 근처에 태극기가 새겨진 짙은 남색 조끼를 입은 60대 남녀 20여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광장을 둘러싸면서 이들이 철거를 시도하지는 못했다. 당시 천막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약 20명이 머물고 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단체가 천막 철거 시도에 나설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25일 오후부터 경찰 300명을 동원해 광장 주변 경비를 강화했다. 실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대부분 고령이었으며, 폭력 도구는 없었다. 이들은 해산하면서 “일단 겁을 주기 위해서 나왔다. 며칠간 기습적으로 광장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찰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이후 나흘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물리력 행사가 예고됐고, 그만하겠다는 의사가 없었던 만큼 당분간 폭력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단체가 천막을 직접 철거하겠다고 공언한 건 올 들어 서너 차례 있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찰이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소환해 세월호 천막 문제를 조사한 것을 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27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잡아가려면 나를 잡아가라, (경찰이) 왜 나를 소환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 시장은 “유족의 아픔과 한을 생각하면 (천막) 그것 좀 허가해 주는 게 뭐가 그렇게 그런가”라며 “유족들을 다 쫓아내는 게 좋은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임 부시장을 구속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 그러면 (임 부시장이) 다음 총선에서 틀림없이 당선된다. 나도 자동으로 된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보수단체는 지난해 8월 세월호 유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박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으며, 경찰은 21일 임 부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폭력을 쓰거나 협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서울시가 지금까지 광장을 방치해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건혁 gun@donga.com·조영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