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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생존게임’

입력 | 2015-06-01 05:45:00


칼스루헤와의 승강PO 홈 1차전 무승부
2차전 패배 땐 51년 281일만에 첫 강등

“6번의 리그 우승! 3번의 컵 대회 우승! 언제나 1부리그에 HSV(함부르거 SV)!”

손흥민(레버쿠젠)의 전 소속팀 함부르크 팬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응원가다. 그들의 노래처럼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출범 이래 유일하게 2부 강등이 없는 팀이다. 그리고 그것은 팬들에겐 가장 큰 자랑거리다.

그들의 자부심은 경기장 안에서도 느낄 수 있다. 2014∼2015 분데스리가 칼스루헤와의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취재를 위해 임테흐아레나를 찾은 5월 29일(한국시간) 경기장 한켠에는 그들이 지금까지 1부에 잔류한 시간 ‘51년 277일’ 뒤로 시·분·초 단위까지 표시된 전자시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시즌부터 이 시계의 작동이 멈출지도 모르겠다. 이날 경기에서 함부르크는 킥오프 4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는 등 상대팀에게 경기 내내 끌려 다니다 후반에 간신히 동점골을 터뜨려 1-1 무승부를 거뒀다.

홈에서 끔찍한 경기력을 선보여서일까?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여 함부르크 팬들은 동점골을 터트리기 전까지 홈 팀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할 것을 주문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함부르크 관계자들도 선수들의 잦은 실수에 탄식을 내뱉는 등 애타는 모습을 보이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원정팀 칼스루헤의 분위기는 이미 1부 승격을 이뤄낸 듯 들뜬 모습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칼스루헤 소속 박정빈은 “우리 팀이 더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가 승리했어야 하는 경기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정빈은 이날 경기에 뛰지 않았다.

팬들 반응 역시 다르지 않았다. 최소 왕복 14시간 이상의 장거리 원정도 마다 않고 함부르크로 달려온 칼스루헤 팬들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좋은 경기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무승부에 그친 칼스루헤지만 적지에서 의미 있는 무승부를 거두며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을 앞두고 심리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반면 간신히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함부르크는 불안한 모습이다. 함부르크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되는 부진으로 강등권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진 함부르크의 1부 잔류시계가 움직이고 있지만 오는 2일(한국시간) 2차전이 끝나면 그들의 시계는 51년 281일에서 멈출지도 모른다. 만약 함부르크가 2차전 결과에 따라 2부 리그로 강등된다면, 이는 이번 시즌 35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을 이룬 2부 다름슈타드의 기적 같은 스토리와 함께 반세기 분데스리가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될 전망이다.

함부르크(독일)|박종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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