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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민영화 4전5기 탄력…이미 투자자 몇 곳 확보

입력 | 2015-06-01 03:00:00

지분 4%씩 쪼개 파는 방안 부상
李행장, 중국계 기관투자가 접촉도… 저금리에 수익성 하락이 최대 변수




우리은행이 민영화 작업과 관련해 이미 복수의 투자자로부터 지분 매입 의사를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동안 추진된 경영권 일괄 매각 대신 복수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분할 매각하는 쪽으로 민영화 방식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사진)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미 투자자 몇 곳을 확보해 뒀다. 다만 좀 더 공익성 있는 곳을 끌어들이기 위해 계속해서 잠재적 투자자를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이튿날인 28일에도 한국을 찾은 중국계 기관투자가를 극비리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의 최근 행보는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의 방식이 ‘과점(寡占)주주 매각’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점주주 매각은 몇몇 주주에게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보유 지분(51.04%)을 기업, 연기금, 사모펀드, 해외 국부펀드 등에 4%씩 분할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확실한 지배주주 없이 ‘주인 없는 은행’이 되는 데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로 인한 경영권 공백은 주주협의회 등을 구성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게 매각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은행 지분 30% 이상을 매각함으로써 경영권을 한 곳에 통째로 넘기려는 시도를 반복해 왔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어 공적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조 원대의 자금력을 갖춰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의 지분을 4%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도 장애물이었다.

민영화 시도가 네 차례나 불발됨에 따라 남은 대안은 과점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안뿐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어 왔다. 이 행장의 말대로 소수지분 투자 의사를 밝힌 곳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과점주주 매각의 성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부도 기존의 경영권 일괄 매각과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5월 중동 국부펀드 방문과 런던에서 열린 ‘2015 글로벌 이머징마켓 콘퍼런스’ 일정을 우리은행 측과 함께 소화했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우리은행 매각에 적극 나서겠다”며 지원 사격을 해왔다.

다만 저금리 기조로 은행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은행 업종의 ‘투자 매력도’가 줄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고, 수익률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지분을 사들이려 할지가 문제다. 실제로 지난달 런던 콘퍼런스에서 우리은행 등과 접촉한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한국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우려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6월까지 수요 타진을 해본 뒤 공자위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매각 방식은 7, 8월경에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