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6월의 주제는 ‘호국보훈’]<100>예우 못받는 ‘나라의 얼굴’
나라마다 국기의 이름이 있듯 우리나라 국기의 명칭은 ‘태극기’다. 태극기는 흰색 바탕에 가운데 태극(太極) 모양이 있고 네 모서리는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卦)로 구성돼 있다.
태극기는 1882년 수신사 박영효가 일본으로 가는 배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1883년 고종황제가 조선의 국기로 제정했다. 현재 모양의 태극기는 1949년 10월 대한민국 국기로 공표됐다.
국기 제작 및 게양, 관리 등에 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한 대한민국 국기법 제5조 1항은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愛好)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태극기에 대한 예우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태극기는 국경일인 3·1절과 제헌절(7월 17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과 기념일 중 현충일(6월 6일), 국군의 날(10월 1일) 등에 게양하도록 규정돼 있다. 행정자치부는 광복 70주년인 올해 첫 국경일인 3·1절을 맞아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태극기가 게양된 집은 많지 않았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태극기를 달자”며 각종 행사를 펼치지만 주요 거리에만 태극기가 걸려 있을 뿐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가 걸린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태극기의 모양을 잘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한 뒤 2011년 한국청소년연맹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5명(52%)이 “태극기를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국기의 존엄성마저 훼손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4월 18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세월호 1주년 집회 도중 일부 시민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행동을 한 것이다. ‘국기의 존엄성 수호를 통해 애국정신을 고양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대한민국 국기법 1조가 무색해진 셈이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태극기에 존엄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먼저 정치인과 공무원이 책임감 있게 국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은 자연스럽게 태극기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