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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 시연 홀려 지갑 여는 팬들 “쇼케이스에 영업당했어요”

입력 | 2015-06-01 03:00:00

본공연 뺨치는 쇼케이스 열기




공연계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매주 ‘월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선 개막을 앞둔 작품들이 앞다퉈 쇼케이스를 열고 있다. 10년 만에 재공연된 뮤지컬 ‘유린타운’(아래쪽)과 안중근 서거 105주년을 맞아 재공연된 뮤지컬 ‘영웅’(위쪽) 주연 배우들이 쇼케이스 무대에서 장면 시연을 하는 모습. 인터파크 신시컴퍼니 제공

“쇼케이스에 ‘영업당했어요’!”

뮤지컬 마니아인 직장인 김보라 씨(31)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진행된 뮤지컬 ‘유린타운’ 쇼케이스를 관람한 뒤 본공연 티켓 4장(VIP석)을 구매했다. 쇼케이스는 개막 전 맛보기로 여는 특별공연을 가리킨다. 김 씨는 “유린타운이 10년 만에 재공연되는 작품이라 인터넷에서도 작품 정보가 별로 없어 관람을 망설였는데 쇼케이스를 보고 나서 괜찮을 것 같아 티켓을 샀다”고 말했다.

최근 뮤지컬 제작사들이 앞다투어 쇼케이스 공연을 열고 있다. 앞서 김 씨처럼 쇼케이스를 보고 나서 지갑을 여는 관객이 늘어나자 제작사들은 본공연 못지않게 신경 써서 무대를 꾸미고 스타 배우도 동원한다. 그러다 보니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선 화려한 쇼케이스를 보고 나서 티켓을 구매하게 된 경우를 두고 ‘쇼케이스에 영업당했다’는 표현도 생겼다.

뮤지컬 전용 극장인 블루스퀘어는 공연계의 공휴일인 월요일마다 삼성카드홀(총 1009석)을 쇼케이스 전용으로 무료 대관하기 시작했다. 올 3월 뮤지컬 ‘영웅’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로기수’ ‘쓰루더도어’에 이어 최근 ‘유린타운’까지 쇼케이스가 진행됐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웅은 티켓 오픈 하루 만에, 로기수와 쓰루더도어는 오픈 30분, 유린타운은 오픈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블루스퀘어 홍보팀 김선경 과장은 “4000∼5000원인 쇼케이스 티켓 가격도 흥행에 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쇼케이스를 하이라이트 시연, 관객과의 대화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데다 주요 배우들이 대부분 쇼케이스에 참석해 관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8일에도 국내 초연 예정인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1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개막), 22일에는 뮤지컬 ‘아리랑’(다음 달 11일 LG아트센터 개막) 쇼케이스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3월부터 현재까지 블루스퀘어 측에 쇼케이스를 위해 대관을 신청한 작품 수는 20개가 넘는다.

뮤지컬계 최고 흥행 배우로 꼽히는 김준수와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홍광호가 출연을 확정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데스노트’는 아예 500석 규모의 쇼케이스를 무료로 진행한다. ‘데스노트’ 제작사인 씨제스컬처 황보예 홍보팀장은 “쇼케이스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며 “예매를 하지 못한 관객 분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들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쇼케이스를 여는 이유는 결국 홍보 효과 때문이다.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팀장은 “쇼케이스는 영화로 비유하면 예고편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뮤지컬은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작품 정보는 물론이고 자신 있는 곡을 미리 공개해 관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내는 홍보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배우들도 쇼케이스를 반기는 추세다.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는 “본공연 개막 전에 연습실이 아닌 실제 무대에 올라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면 관객 반응도 미리 살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린타운에서 페니 와이즈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최정원도 “쇼케이스를 보러 온 팬들이 ‘이 작품 안 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 좋았다”며 “특히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쇼케이스를 통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돼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