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수정 불가능한 펜 사용 ② 잘못 나온 결과도 기록 ③ 집으로 가져가지 말 것
“지난해 전 세계 생명과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본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스캔들은 연구노트만 제때 점검했어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연구조사위원회가 연구노트를 꼼꼼히 조사하면서 데이터 조작 등 연구 부정이 드러났으니까요.”
김유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주임연구원은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전 연구원의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 세포’ 사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주임연구원은 사건 당시 이화학연구소 연구원회 의장을 맡아 오보카타 조사에 깊숙이 관여했다. 김 주임연구원은 “연구노트를 확인해보니 손으로 점을 찍어 그래프를 완성하는 등 본인의 실력과 밑천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연구노트가 날조됐다는 사실이 확인돼 연구조사위원회는 연구 부정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첸 교수팀은 실험 재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당시 연구노트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데이터가 누락돼 실험 결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결국 첸 교수는 모든 책임을 지고 연구부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로잔공대 관계자는 “뛰어난 과학자인 첸 교수가 책임을 지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연구노트가 사라지거나 내용이 부실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연구노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해외의 유수 기관들은 연구노트를 까다로운 규정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노트는 한 페이지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할 것’ ‘연필 대신 잉크나 볼펜 등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쓸 것’ ‘잘못 나온 데이터도 삭제하지 말고 남길 것’ ‘연구노트는 집에 가져가지 말 것’ 등 연구노트 사용 철칙을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명시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는 연구노트의 법적 효력을 강조하며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날짜’ ‘발명품이 구체적으로 완성된 날짜’ 등 특허 이전이나 분쟁 시에 대비해 연구노트 표기 방법을 공지하고 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