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잡화… 伊 의류… 佛 백화점 훑어
‘투어리슈머(Tourisumer)’가 늘고 있다. 투어리슈머는 여행자(Tourist)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말로, 여행지에서 돈을 쓰는 국경 없는 소비자를 뜻한다. 경험을 위해 돈을 쓰는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여행하는 소비자는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소비 성향이 확산되면서 올해 우리 국민의 1분기(1∼3월) 해외여행객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한국을 떠난 투어리슈머는 전체 469만68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4% 늘었다. 겨울방학 기간인 1월에만 183만여 명이 출국해 월별 내국인 출국 규모 최대치를 돌파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가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곳은 숙박이나 항공이 아닌 가방 액세서리 등 ‘잡화’(19.2%)였다. ‘숙박’(14%) ‘의류’(11.3%) ‘백화점’(7.8%) ‘식당’(7.1%) 등이 뒤를 이었다. ‘항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낮아 쇼핑, 잠자리, 맛집에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국가별 지출 1위 분야를 보면 여행지 특성에 따른 소비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과 홍콩을 방문한 여행객은 전체 소비액 가운데 각각 18.6%, 26%를 ‘잡화’를 사는 데 썼다.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백화점’ 지출 비중이 각각 20.8%, 26.2%로 가장 많았다. 패션 브랜드로 유명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의류’ 지출이 52.1%, 24.5%로 높았다.
해외로 나가 돈을 쓰는 고객을 잡기 위해 국내외 유통업체들은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미국 ‘메이시스’, 스위스 ‘마노’, 싱가포르 ‘로빈슨’ 백화점 등과 손잡고 VIP 고객 멤버십 제휴에 나섰다. 샤넬 등 해외 유명 브랜드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올해 초 이례적으로 국내 가격을 인하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험에 돈을 쓰는 가치소비의 확산과 저비용항공사 설립으로 해외여행 환경이 급격히 조성됐다”며 “앞으로 국내외 관광·유통업계는 세계를 누비는 여행객들을 잡기 위한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