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아버지는 유명 카페 가맹점을 냈다
커다랗고 똑같은 간판이 싫단다
하지만 아무도 간판 보고 찾아오지 않는다 지도앱을 이용하지
어쩌다 한 번 이메일을 받았다 검색창에 내 이름을 넣어도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다는 말
널 치면 네가 다니는 회사 네가 먹은 저녁이 뜨는데
너의 이름은 유별나고 거칠고 물고기처럼 덥석 무니까
정다운 원룸이나 어린 여배우가 나오는 내 것과는 아주 다르다
지하철역에서 포장마차를 지나
아파트에 둘러싸인 움푹한 공터까지 가면
아무도 없는 새벽의 낮은 흥분과
누가 베란다 밖을 내다 볼 것 같은 불안이 거기 있다
너는 꿇어앉고 나는 그 마음을 자꾸 묻고
그런 게 대체 어디 있다고
우린 그렇게 어렸고 그렇게 들쑥날쑥했다
사람들은 목을 구부리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납작한 지도 위를 잘도 걸어 다닌다
이제 기억은 골목처럼 구부러지는 게 아니라 목록처럼 길어져서
인기 많은 아빠의 가게가 있고
검색되지 않는 내가 저 밑에 있고
너는 몇 쪽쯤 찾아보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유명해야 유명해질 수 있다’, 영국 작가 조지 기싱의 1891년 출간 소설 ‘신 삼류문인의 거리’에 나온 말이다. 유명한 건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한번 이름나야 이름이 더 알려지고, 더 알려진 이름은 더욱더 알려지게 마련이다. 기싱 시대에도 그랬거늘 하물며 이 인터넷 시대에는 ‘아무도 간판 보고 찾아오지 않는다 지도앱을 이용하지’. 손님은 카페 간판에 담긴 업주의 마음이나 꿈 같은 건 관심 없다. 이미 ‘유명 카페’가 올라 있는 ‘지도앱’만을 신봉한다. 이렇듯 유명하다는 것은 장사에도 아주 이익이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음식점이나 어떻게든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 한번 올리기를 그토록 원하는 것.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