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학교 또는 회사를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두려움이자 도전이고 과제일 수 있다. 집 밖을 나가지 않은 상태로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라면 말이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은둔형 외톨이들이 사회의 첫 발을 내딛기까지의 아픔과 시련, 희망을 다룬 작품이다. 실제 젊은 시절 4년간 집 밖에 나오지 못한 히키코모리 출신 작가 이와이 히데토(41)는 자신의 삶을 모티브로 해 히키코모리들의 아픔과 상처 등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 나간다.
‘히키코모리…’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들이 왜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나름의 ‘상처’에 대해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한 때 10년 간 집 밖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히키코모리였던 ‘토미오’. 그는 히키코모리 지원단체의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자기만의 벽을 깬 토미오는 히키코모리를 돕는 상담사로 변신한다. 그는 20년 동안 집에서만 머문 40대 사이토 카즈오, 8년간 자신의 방에서만 생활한 10대 소년 타로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그들의 변화를 돕는다. 이 작품은 구체적으로 이들이 왜 히키코모리가 됐는지 이유를 알려주진 않지만, 학교와 직장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지 짐작케 하는 간접적인 상황을 관객에게 던져준다.
인상적인 건 배우들의 연기다. 연기가 아니라 관객과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덤덤한 연기를 선보이는 토미오 역의 최광일과 40대 히키코모리인 사이토 카즈오 역의 이남희의 연기가 일품이다. 특히 히키코모리이면서도 멀쩡한 척 구는 카즈오의 역할을 능청스럽게 살려내는 이남희는 ‘오버 연기’와 ‘진중한 연기’의 경계를 오가며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근형 연출.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1만~3만 원, 02-708-5001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