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전쟁’ 대기업의 면세점 전략]<1>SK네트웍스 문종훈 대표
《 1일 관세청이 시내 면세점 특허의 입찰 신청을 마감했다. 이로써 서울 3곳, 제주 1곳의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따기 위한 기업들의 본격적 경쟁도 막이 올랐다. 동아일보는 면세점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각 대기업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SK네트웍스, 신세계그룹,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한화갤러리아, 이랜드그룹 등의 면세점 진출 전략을 들어보기로 했다. 》
1일 서울 중구 SK네트웍스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다면 ‘세계 최초의 정보통신기술(ICT)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사의 서울시내 면세점을 ‘세계 최초의 정보통신기술(ICT)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 광진구에서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해온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최종 입지로 결정했다. 문 대표는 “23년간 한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며 중국 특화 면세점으로 질적 성장을 일궜다”며 “이제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새 면세점에 쏟아 부어 양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재 워커힐면세점의 점유율은 국내 면세점 전체 기준 3.3%이며 서울시내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4%다.
SK네트웍스는 전국 곳곳에 있는 SK주유소 부지를 면세점 입지로 물색하다 동대문 케레스타 건물의 10∼14층을 최종 낙점했다. 문 대표는 “개별자유여행의 비중이 높고 20, 30대 젊은 관광객이 75%를 차지하는 동대문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개별자유여행 비중이 높으면 최대 20%에 이르는 가이드 수수료가 들지 않아 면세점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동대문은 개별관광객의 비중이 높아 단체고객 모집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2020년까지 서울시내 면세점에서 1조 원의 매출을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또 SK네트웍스는 서울시가 ‘체류형 관광 환경 조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동대문 패션문화관광지구 개발 계획에 4500억∼55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동대문 일대를 초대형 공연장과 문화시설을 갖춘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밤에도 쇼핑을 한다는 점을 활용해 면세점 운영시간을 오전 9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반까지 연장하는 ‘올빼미 쇼핑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교통체증 해결과 고용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발상이다. 문 대표는 “신규 면세점을 통해 2000명의 정규직을 뽑을 예정인데, 연장 영업을 하면 600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매장 절반 이상을 한국 브랜드 전용 공간으로
5층 규모로 들어설 신규 면세점에서는 영업면적의 절반인 6600m² 이상을 한국 브랜드 전용매장으로 할애해 동대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비롯해 국산 브랜드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50%(워커힐면세점 기준)인 국산품 판매 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 대표는 “워커힐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전기밥솥 ‘쿠쿠’와 구두 브랜드 ‘세라’를 국내 면세점업계 최초로 입점시킨 바 있다”며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 판매해 판로를 열어주는 게 진정한 상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공간에는 시계 보석을 비롯한 해외 수입 브랜드 70여 개 매장이 들어선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해외 수입 브랜드 ‘빅3’는 아직 입점을 확정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면세점 입찰에 성공하면 입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는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