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강판이 진화하고 있다. ‘더 가볍고 더 강하게’가 목표다. 각국의 연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자동차업체들은 차량을 1g이라도 가볍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른 철강업체들의 전략은 두 가지다. 구조보강재 같은 내판재의 강성을 매우 높여 기존보다 더 얇은 강판을 써도 되게 하거나 외판재로 쓸 혁신적으로 가벼운 소재를 만들거나.
내판재로는 최근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쓴다. 초고장력 강판은 차업체에 따라 의미가 다르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1mm² 면적의 강판을 잡아당겼을 때 60kg 이상의 힘을 견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납품하는 현대제철의 나광수 기술연구소 과장은 “과거에는 인장강도 기준으로 mm²당 45kg급 이상을 주로 썼다면 2010년부터 60kg급 이상을 많이 적용한다”며 “같은 힘을 버티지만 강판 두께를 더 줄여도 되므로 차 무게는 줄어든다”고 했다.
현대제철은 기술연구소에서 성형성이 좋고 강도도 높은 다상복합조직강(AMP강)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성형성이 좋은 강판은 강도가 약해서 보강재를 덧대야 해 차량 무게가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다. 나 과장은 “AMP강은 강도는 mm²당 80kg급 이상인데 성형성은 45kg급”이라고 말했다.
외판재로는 비철소재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포스코는 포르셰의 신형 911 GT3 RS 지붕에 마그네슘 판재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이로 인해 차량 무게가 이전 모델보다 약 10kg 줄었다.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해 공차 중량이 1485kg에 불과하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중량이 철보다 50% 가볍다.
가장 각광받는 소재는 알루미늄이다. 중량이 철의 3분의 1이다. 지난해 아우디코리아가 출시한 A8은 차체 전체를 초경량 알루미늄으로 제조해 무게를 동급 차량보다 40% 정도 줄였다. 재규어코리아도 지난해 XE 차체 75% 이상을 경량 알루미늄으로 제조해 연비 성능을 동급 차량보다 20% 이상 개선했다.
철강업체들은 경량화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도 비철소재의 한계점을 언급한다. 강성이 매우 낮아 합금의 함유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철을 쓸 때보다 3배 이상 비싸다는 것. 포드 F-150도 평균 차량 가격이 2000달러(약 220만 원) 정도 인상됐다. 마그네슘은 철보다 5배 이상 비싸다.
당진=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