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훈 기자·사회부
취재 차 TBC 주변에 자주 갔던 기자는 단속당한 운전자들의 격한 표정을 기억한다. 대부분은 “이런 걸 단속하면 어떡하냐”며 경찰에게 격렬하게 따졌다. 단속을 억울해하면서도 자신의 부주의를 스스로 반성하는 다른 단속 현장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
교차로의 구조적 상황을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편도 4차로인 이 도로는 좌회전 수요가 많아 1차로의 차량이 항상 길게 늘어진다. 더구나 1차로 U턴 차량은 한 번에 차를 돌리지 못해 뒤에 서 있던 좌회전 차량을 자주 막아선다. 그렇다 보니 1차로에 들어선 차량들은 여러 차례 신호를 기다려야 간신히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다. 네거리에 근접한 주유소나 음식점 이용객들은 1차로에 진입하는 것조차 어렵다.
민원이 이어지자 경찰은 4월 3일 슬그머니 2차로의 직진 화살표에 좌회전 표시를 추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진 차량 수요가 많은 데다 좌회전 대기 차량 추돌 우려가 있어 1차로만 좌회전을 허용해왔는데 민원이 너무 많았다”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환영의 목소리보다 ‘늑장 대처’란 비난이 더 많다. 경찰이 그동안 교차로 운영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면밀한 현장 조사와 활발한 주민 소통을 했다면 수백 건의 단속을 하기 전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다. 시민과의 거리도 훨씬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이쯤 되면 대전지방경찰청은 네거리에 짤막한 사과나 유감의 현수막 하나라도 내걸어야 하지 않을까.
지명훈 기자·사회부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