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1977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있는 지름 3.2km의 로든 분화구를 사들여 유례없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디아아트 재단과 함께 1979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다. 터렐은 지금까지 분화구 안에 약 15개의 방과 그 방들을 잇는 터널을 만들었다. 화산 내부에서는 천체의 궤도를 볼 수 있고, 해와 달의 움직임에 따른 빛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대략 20개의 공간 설치작품이 포함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언젠가’ 완성될 예정이다.
그중 분화구의 눈(Crater‘s Eye)에 설치한 작품(2001년·그림)은 그의 전형적인 하늘 작업이다. 색조를 띤 조명이 연출하는 경건한 분위기에서 관람자들은 마치 천장화를 보듯, 뻥 뚫린 천장 속 하늘을 올려다보며 숭고한 장면에 압도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하늘은 그 자체가 놀라운 추상화이고 원형구조는 그 프레임이 된다.
그는 항공엔지니어였던 부친에게 영향을 받아 일찍이 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경비행기를 타면서 경험한 다양한 감각은 공간과 빛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빛이 물질이 되고 공간을 만든다”는 작가의 말은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또한 퀘이커교의 가정환경은 내면의 성찰을 강조하는 근거가 돼 주었다.
터렐은 현재 72세이고 프로젝트는 올해로 36년째다. 로든 분화구 프로젝트는 작가의 삶과 함께하는 일생일대의 야심작이다. 화산의 분화구를 통째로 작품으로 만들기에 인생은 너무 짧은 것인지 모른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