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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주 집창촌 ‘선미촌’ 사라질까

입력 | 2015-06-03 03:00:00

성매매금지후 종사자 100명으로 급감… 최근 단속 소홀 틈타 49곳서 성업
“도심 공동화시키고 이미지 먹칠”… 7월 시민의견 반영 개발방향 확정




전북 전주시의 대표적 집창촌인 ‘선미촌’은 과연 사라질까.

1950년대 이후 당시 전주역(현 전주시청) 주변에 형성된 선미촌(속칭 뚝너머)은 한때 400명이 넘는 여성이 성매매를 하는 대규모 사창가였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대로변과 골목 곳곳에 늘어선 붉은 등이 꺼질 줄 몰랐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발효 이후 성매매가 금지되면서 곧바로 종사자가 100여 명 안팎으로 급감했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문을 닫는 업소가 하나 둘 늘어 곧 선미촌이 사라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최근 단속까지 느슨해지면서 49개 업소에서 88명의 성매매 여성이 여전히 영업 중이다.

선미촌은 주택가, 관공서, 각급 학교, 금융기관 등으로 둘러싸인 전주의 중심지에 있다. 연간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전주 한옥마을에서도 500m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시청 바로 뒤 도심 한가운데에 성매매 집결지가 위치해 도심 공동화를 심화시키고 전주 이미지에 먹칠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전주시가 선미촌 개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주시는 3월에 학계와 시민단체 주민 시의원 등 21명으로 민관 거버넌스(협치) 조직인 다울마당을 구성해 지금까지 4차례 의견을 수렴했다. 이 의견을 반영한 용역 결과를 7월 초까지 받아 개발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울마당에서는 선미촌 일대(2만3000여 m²)를 도시재생지구로 지정해 점진적으로 건물들을 해체하고 터와 건물을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건물을 문화·숙박시설로 개조한 뒤 여행객이 머물 수 있는 저렴한 협동조합형 게스트하우스나 ‘먹거리 타운’으로 바꾸는 방안도 나왔다. 가로등을 밝게 하는 등 주변 가로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성매수 남성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요코하마의 쪽방촌이 게스트하우스로 변화한 사례 등을 참고한 것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옛 도심으로까지 끌어들여 이른바 ‘한옥마을 낙수효과’로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안도 나왔다. 부분적으로 집창촌 정비에 성공한 대전시의 사례도 참조 중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직업 전환을 유도하는 자활 기관이나 자활 영업장 설치도 추진할 방침이다. 비록 불법 영업이지만 대책 없이 내쫓기거나 일방적으로 폐쇄되면 성매매가 주택가 등으로 옮겨 가는 ‘풍선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또 경찰·시민단체 등과 함께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성매매 업소의 자진 폐업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비에 앞서 진행하는 용역에는 업소와 업주·성매매 여성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인근 주민의 여론도 수렴할 방침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선미촌 문제를 단순한 성매매 집결지 해체가 아닌 옛 도심 발전과 주거환경 개선, 주민의 삶 향상을 위한 도시계획 수립과 시행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주변 환경과 특색에 맞도록 최적의 정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계의 목소리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