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선 전기의 유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이 이에 대해 ‘이윤이 다섯 번 탕에게 간 것에 대한 논(伊尹五就湯論)’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떻게든 백성을 살려보겠다고 자신을 굽혀 가며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한 사람은 이윤이요, 올바른 도(道)가 실현되면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질 테니 나는 꼭 어떻게 하겠다고 고집하지 않겠다, 거취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도를 지키는 것을 으뜸으로 삼겠다고 한 사람은 공자이니 공자가 한 차원 높다는 말씀인 듯합니다.
그렇지만 후세 사람들은 이윤에 대해서도 “임금을 요순으로 만들고 백성을 요순의 백성으로 만들려는 뜻을 가져, 한 지아비라도 그 은택을 입지 못하면 자신이 도랑으로 밀어 넣은 것처럼 수치스러워하였다(有志於堯舜君民, 一夫不被其澤, 有納溝之恥)”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답니다. 이 평가를 놓고 보면 이윤도 참 대단한 분 같습니다. ‘온 천하의 백성이 잘 살지 못하는 게 나의 가장 큰 부끄러움’이라는 자세, 모름지기 ‘진짜’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