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병원 감염에 무방비 상태
정부는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병원 감염이야말로 심각한 일이다. 1차 감염자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경기도 한 병원에서 19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은 2003년 홍콩 메트로폴호텔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17명에게 전파된 것에 비견되는 대형 감염사고다. 나머지 환자들도 첫 환자를 진료했던 동네병원 의사이거나 이 환자가 머물렀던 병원에 있던 환자나 그 가족이었으니 모두 병원에서 병을 얻은 공통점이 있다. 메르스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고 환자와 2m 이내에서 한 시간가량 접촉한 사람만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고 한다.
병원은 병원균의 집합소이다. 감염이 일어난다면 한꺼번에 대규모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 병원이 판데믹의 종착점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병원 1개 층에서 이렇게 많은 환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평소 병원의 감염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메르스가 아닌 다른 질환도 얼마든지 의료진이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병원들이 근사한 건물을 짓고 최신 의료장비를 구비하는 데 신경을 쓰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감염 관리엔 얼마나 무방비였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 의료체계와 간병문화를 보면 그동안 큰 병원 감염이 없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기본적으로 여러 명의 환자가 함께 쓰는 다인실이 너무 많다. 간호사 대신에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는 것도 기이하다. 환자 한 명당 한 명의 간병인이 붙어 생활하니 6인실이라면 12명이 병실에 상주하는 셈이고 가족이 수시로 병문안을 오다 보니 하루 20∼30명이 병실에 들락거리게 된다. 환자 간병인 가족이 뒤섞여 화장실을 함께 쓰고 병실에서 피자를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가족이 함부로 병실에 드나들 수 없는 미국, 유럽 병원들 눈으로 보면 희한한 풍경이리라.
간병인 가족 북적대는 병실문화
이런 의료체계와 병실문화를 가진 나라가 의사 능력과 첨단 장비 등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은들 의료 선진국이 될 리 만무하다. 병원 감염도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가 의료관광의 허브가 되겠다고 하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메르스는 한국 의료체계의 후진적 민낯을 드러냈다. 의료관광도 좋지만 민간 및 공공의료의 기본 틀부터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