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화해 분위기에 빠져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도발에 ‘경고방송→시위기동→밀어내기’로 대응하라고 군에 강요했다. 해군 참수리357정은 NLL을 넘어온 북한 고속정을 밀어내려다 측면을 노출한 상태에서 공격을 받았다. 그래서 정장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희생이 더욱 안타깝다. 국군통수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별일 아니라는 듯 연평해전 다음 날 한일 월드컵 결승전 참관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연평해전 13년 만에 그날의 비극이 영화로 만들어져 10일 개봉된다. 그제 유족과 해전 생존자들이 참석한 시사회는 눈물 바다였다. 남북이 벌인 31분간의 치열한 교전은 영화에서 같은 시간의 전투 장면으로 재연됐다. 연평해전 당시 부정장이던 이희완 소령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던 전우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며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연평해전 6용사의 이름은 유도탄고속함에 붙어 지금도 바다를 누빈다.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는 “우리 여섯 용사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며 감격을 전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