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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 연극 ‘데스트랩’
탄탄한 대본·치밀한 구성으로 몰입 높여
강성진·임철형 같은 배역 다른 연기색깔
이충주 잔혹하고 냉정한 눈빛·표정 압권
제목 그대로 ‘죽음의 덫(데스트랩·Deathtrap)’ 같은 작품이다. 무대 위 배우들이 곳곳에 깔린 ‘데스트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객석의 관객들은 스릴과 반전이 주는 짜릿한 ‘재미의 덫’에서 헤매게 된다.
제1의 반전이 제2의 반전을 부르고, 제3의 반전이 발생하는가 싶으면 제1의 반전이 슬그머니 다시 등장한다. 전반부가 살짝 지루하다 싶었는데, 이 역시 작가의 ‘덫’이었다. 관객들은 전반의 ‘늘어짐’이 자신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치기 위한 얄미울 정도로 계산된 사전작업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에 있는 시드니 브륄의 저택. 왕년에는 잘 나갔지만 현재는 재능이 고갈되어버린 중견작가 시드니 브륄과 스릴러 작가를 꿈꾸는 젊은 클리포드 앤더슨이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을 차지하기 위해 사건을 벌이는 이야기다.
시드니 브륄 역의 강성진은 영화에서 좀처럼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연기력’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대공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같은 역의 임철형(사진 오른쪽)은 강성진과는 또 다른 시드니 브륄을 보여준다. 강성진이 ‘돌직구’라면 임철형은 직구처럼 날아들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몸을 뒤트는 ‘슬라이더’에 가깝다. 이건 직접 눈으로 봐야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하면서도 압도하는 느낌은 강성진, 아기자기한 디테일은 임철형이다. 이런 차이는 임철형이 배우이자 연출가라는 점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쉽게 빠져들지만, 절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작품’. 데스트랩은 정말 ‘덫’같은 작품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