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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왕따-학교생활-미래에 대한 고민… 모두가 앓는 ‘나 혼자만의 이야기’

입력 | 2015-06-04 03:00:00

자기계발서 ‘All I know now’ 英 청소년들에 인기




왕따, 우정, 학교생활, 이성친구, 미래에 대한 고민, 자신감 부족…. 전 세계 청소년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은 영국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주는 자기계발서 ‘지금 내가 아는 모든 것들(All I know now)’이 최근 출간된 뒤 아마존과 워터스톤스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상위권을 휩쓸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저자인 캐리 플레처는 뮤지컬 배우이자 브이로거(Vlogger·비디오와 블로거의 합성어로 영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로 유튜브에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채널 ‘잠들 시간이 훨씬 지났네요’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소개하거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등 평범한 20대 여성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 책은 청소년뿐 아니라 수많은 성인 독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독자 서평을 보면 이 책의 대상 연령인 10, 20대를 훌쩍 넘긴 30, 40대 독자들의 호평이 많다. 이 책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저자의 친근한 화법이다. 플레처는 자기계발서가 흔히 보이는 ‘내가 아는 비결을 너희들에게 가르쳐 주지’라는 식의 고고한 태도가 아닌 ‘있잖아, 내가 학창 시절에 이런 일을 겪었는데 말이지’라는 부드러운 화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느라 학교 출석률이 낮았고 전학도 자주 했던 플레처는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는 게 학창 시절의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한다. 때로는 왕따를 당하기도 했고, 그녀의 유명함을 이용하려는 나쁜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제대로 거절하는 법을 알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했고,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의 세계를 겪었기 때문일까. 플레처가 들려주는 ‘진실한 친구를 사귀는 법’ ‘변명을 하지 말고 상황을 설명할 것’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용기 있는 자’ ‘편견을 갖고 타인을 대하지 말 것’ 등의 충고들은 비단 청소년에게만 도움 되는 게 아니다. 캠핑장에서 야생 곰에게 쫓겨 죽어라 달아났던 경험을 들려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들은 곰을 만나면 죽은 척 누워 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말한다. 나처럼 곰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하지만 정해진 방법에 따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곰을 피해 무사히 도망쳤다. 결과가 좋다면 그것으로 괜찮다.” 그는 이렇게 과감하게 통설을 깨부순다. 여기에 이 책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이유가 있다. 책이 엄청난 교훈과 깨달음을 주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공감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플레처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는 어머니가 “왜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런 책이 없었을까”라며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책의 대상 독자 연령인 10대들이 ‘나만 겪는 고민이 아니었다’며 긍정적인 평을 남긴 것은 물론이다. 20대 초반에 자기계발서의 성공적인 저자로 우뚝 선 캐리 플레처, 그녀가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