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불안한 국민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확산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학교들까지 앞다퉈 휴업을 결정하고 있고 수학여행 등 단체행사도 대부분 취소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등의 각종 모임과 공식 행사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 학교 이어 학원가도 ‘올스톱’
마스크 쓰고 수학여행 메르스 감염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학생과 교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기 화성시의 한 영어학원장은 “학원도 보내기가 두렵다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교 휴업과 같은 기간 휴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충북도교육청도 학원연합회에 운영 자제를 요청했다. 기숙학교도 비상이다. 충남 논산대건고는 외박(5∼7일) 연기를 검토하고 있고 공주한일고는 학부모 초청 행사를 무기한 미뤘다.
반면 보건복지부의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건 의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메르스의 전염률이 다른 호흡기질환보다 떨어지고,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4일 치르는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는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황 장관은 “학생들이 예정된 대로 시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시험 연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대규모 행사 앞두고 ‘전전긍긍’
야구장 방역 작업 경북 포항시 남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3일 포항야구장에서 경기를 앞두고 메르스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기도의회 대표단은 7∼12일 독일 방문 계획을 취소했고, 조길형 충북 충주시장도 3∼10일로 예정했던 중국 교류 도시 3곳 출장을 취소했다. 또 충북 제천시는 5일 열기로 한 금요힐링콘서트와 7일로 예정됐던 도지사배 박달재 전국산악자전거대회를 취소했다. 삼성그룹은 3일 충남대에서 개최하려던 대학생 멘토링 행사인 ‘삼성캠퍼스톡’을 무기한 연기했다. 4, 5일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에서 그룹 신입사원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하계수련회도 결국 열지 않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일부터 제주에서 열려던 지난해 하반기 입사자 1000명이 참가하는 수련회를 연기했다.
대학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건강검진을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검진을 예약한 황모 씨(54)는 해당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예약을 취소했다. 인천 남동공단 K산업 근로자 이모 씨(47)는 “건강검진을 가을로 미루자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유통업계 문화예술계에도 여파
손 씻기 교육 3일 광주 북구 보건소에서 열린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 씻기 교육’에서 어린이들이 메르스 예방을 위한 손 씻기 방법을 배우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마스크를 쓴 채 극장과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일 연극 ‘허물’ 공연이 개막한 국립극단 소극장 판을 찾은 관객 80여 명 중 10여 명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뮤지컬 ‘팬덤’ 제작사 EMK 관계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이 10명 중 1명꼴이었다”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전했다.
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 전국종합 염희진·김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