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짧아 일부선 이승엽 평가절하 구장 차이 감안한 ‘홈런 팩터’ 보면 2005년 광주, 홈런 확률 높았지만 당시 KIA 최다 기록은 장성호 16개
“대구구장은 탁구장.”
‘라이온킹’ 이승엽(39)을 줄기차게 따라다닌 비판 글귀다. 소속 팀 삼성이 안방으로 쓰는 대구구장이 상대적으로 담장까지의 거리가 짧아 이승엽이 큰 덕을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승엽이 시즌 56호 홈런을 터뜨린 2003년 대구구장은 가운데 담장까지의 거리가 117m밖에 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주장은 절반은 진실이고 절반은 거짓이다.
이 차이를 보정해 선수 기록을 비교하도록 해주는 게 ‘구장 효과’다. 구장 효과를 계산해 보면 단지 그 구장에서 홈런이 많이 나오거나 펜스 길이가 짧다고 홈런 치기 유리한 구장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간단한 공식으로 계산해 보면 안방에서 홈런을 30개 친 팀이 방문 경기에서는 10개밖에 치지 못했다면 이 팀의 안방 구장 홈런 팩터는 300이 된다. 팀 타선의 힘이 약할 뿐 구장 자체는 홈런이 나오기에 세 배 유리한 조건인 것이다. 반면 안방에서 홈런을 90개 친 팀도 방문 경기 홈런이 100개라면 이 팀의 안방 구장 홈런 팩터는 90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구장 효과를 구할 때는 투구 이닝이나 타수로 기준점을 삼고 해당 팀 투수가 허용한 홈런도 따져 계산한다.
○ 홈런왕이 홈런왕인 이유
이승엽이 시즌 56호 홈런을 날린 2003년 대구구장의 홈런 팩터는 127이었다. 당시 리그 평균보다 27% 홈런이 많이 나왔다는 뜻이다. 만약 이승엽이 이해 평균적인 구장에서 안방 경기를 치렀다면 홈런은 44개가 됐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에 홈런을 44개보다 많이 때린 타자는 이승엽을 제외하면 6명뿐이다.
이 127이 역대 최고인 것도 아니다. 1991년 이후 10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2005년 광주 구장은 홈런 팩터 148로 홈런을 때려내기 가장 쉬운 구장이었지만 KIA에서는 장성호(38)가 16개를 때려낸 게 최고 기록이다. 홈런을 치기 좋은 구장에서 한 시즌 일정의 절반을 소화해도 홈런을 못 치는 타자는 못 치는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