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터 FIFA회장 사임 정몽준 前 FIFA 부회장 재직시 ‘검은 거래’ 의혹 꾸준히 제기 5선 실패하며 중동세에 밀려
오랫동안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반대편에서 왔던 한국 축구계는 블라터 회장의 사퇴로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2018년 20세이하 여자월드컵과 2019년 여자월드컵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뒤 포즈를 취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과 블라터 회장. 동아일보DB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53)은 4월 30일 바레인에서 개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4명의 후보 중 2명을 뽑는데 공동 최하위(13표)에 그쳤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이 당선된 것은 차치하고 틍쿠 압둘라 말레이시아축구협회장이 선출된 것을 놓고 “한국 축구 외교의 힘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표결을 앞두고 AFC의 주축 세력인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집행위원(쿠웨이트)과 충돌했다. 그가 주도한 선거 방식 개편에 정 회장이 공개적으로 이의를 표명했지만 발언을 제지당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이기도 한 알사바는 대표적인 ‘친(親)블라터’ 세력이다.
한국 축구계는 오랫동안 블라터 회장의 반대편에 서 왔다. 1994년부터 FIFA 부회장을 맡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FIFA의 ‘검은 거래’ 의혹을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2011년 정 명예회장이 부회장 선거에서 5선에 실패하며 한국 축구는 사실상 외교 암흑기를 맞았다. 중동세에 밀려 AFC 내에서도 입지가 축소됐고, FIFA에서도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 명예회장의 사촌 동생인 정 회장이 4년 만에 FIFA 입성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