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2007년 실제 있었던 일을 극화한 영화 속에서 힘없고 ‘빽’ 없는 아줌마들이 이익만을 좇는 회사의 횡포에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의 가슴도 아려왔다. 영화를 본 이들 대부분은 최근 정부가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하자는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근로자들의 현실이 영화와 같은데 어떻게 사람을 쉽게 자른단 말인가.
이 영화에서 실감나는 연기를 한 염 씨가 지난달 26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받기 며칠 전 현대자동차 노사는 ‘공장 간 일감 나누기’라는 희한한 합의를 했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공장별로 지정된 차량만을 생산했다. 특정 차량이 인기를 끌더라도 생산 여력이 있는 다른 공장에서는 추가 생산을 못했다.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면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은 특근 등을 통해 수당을 받을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몇 달씩 기다리다 지쳐 다른 회사의 차량을 사든 말든 상관없다. 이런 관행을 유지하던 노조가 최근 회사에 위기감이 커지자 마지못해 ‘양보’를 한 것이다.
영화 속의 아줌마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보는 이들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다. 반면 현대차 노조의 행태를 보는 자영업자와 직장인들에게 노동 개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부에서는 대기업 비정규직 문제를 최대 노동 이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대기업 정규직이 시간당 2만1568원을 받았다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1만4257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1만2828원을 받았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66.1, 중소기업 정규직은 59.4를 받았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나 고용의 안정성은 대기업 비정규직에 한참을 못 미친다. 그런데도 대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만이 전면에 부각되는 한국의 노동운동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에는 영화 카트의 아줌마들과 현대차 노조, 대기업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정규직이 모두 뭉뚱그려져 있다. 정부가 내놓은 노동 개혁안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 노동계 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공통된 인식 마련이 시급하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