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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확한 정보공개 없이 메르스 진압 가능한가

입력 | 2015-06-05 00:00:00


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지역과 병원 정보를 통제하면서 인터넷에 확인할 수 없는 괴담이 난무해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오전 “만연한 공포심 때문에 과잉 반응하고 이런 불안감을 틈타 전국으로 퍼지는 각종 괴담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괴담꾼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도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제 낮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의료기관을 위해 기관명 공개를 꺼린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비공개 원칙을 재차 천명했다. 국민의 불필요한 오해와 과도한 걱정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낙인효과’로 병원이 경제적 손실을 입을까 봐 더 우려하는 인상을 준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보 부족에서 오는 더 큰 불안과 혼란을 방지하려고 해당 정보를 공개한다”며 그제부터 직접 SNS로 성남시 메르스 현황을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젯밤 “메르스 환자 진료로 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게 된 서울 모 병원의 의사가 1500여 명의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며 이들 전원에게 자발적 가택격리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하듯 감염 환자들이 거쳐 간 전국 병원 명단을 정리했다고 주장하는 웹사이트도 최근 개설됐다.

감염병의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 6조 2항은 국민은 감염병 발생상황·관리 등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파 속도가 빠른 질병을 차단하자면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공유는 필수적이다. 정부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바람에 병을 되레 확산시킨다면 초동대처 부실에 이어 두 번 죄를 짓는 일이다. 환자의 발생 지역, 나이, 자가 격리와 병원 격리의 상태 정도만 밝혀도 환자와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홍콩은 치료 병원 명단을 즉시 공개해 확산을 막았지만 중국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더 확산시켰다는 사후 분석도 나와 있다.

한국 정부가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바람에 홍콩 등 주변 국가들의 눈총까지 받는 상황이다. 정보 공개의 폭과 득실을 따지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라 해도 정부는 ‘메르스 진압’이라는 최고 가치에 맞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의료기관과 환자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메르스에 대한 최신 정보도 소상하게 공개해 국민이 지나친 공포심을 갖고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메르스는 예방약은 없지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앞으로 2주가 메르스 진압의 골든타임이다. 2주 잠복기가 지나 3차 감염 환자 발생이 줄어들 때까지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있어야 국민도 차분하게 협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