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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바이러스의 사촌뻘… 변이 활발해 감염방식 ‘진화中’

입력 | 2015-06-05 03:00:00

[메르스 비상/국제 임상조사]美-英 의료진 1180명 전수조사




전세계 중동호흡기증후군 1180명 조사

2012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병원에서 원인 불명의 심한 폐렴 증상을 보이던 60세 남성이 숨졌다. 같은 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네덜란드 연구진은 이 환자에게서 병을 일으킨 신종 바이러스를 검출해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메르스 바이러스·MERS-CoV)’가 학계에 처음 나온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4년 중동을 뒤덮었던 이 바이러스는 올해 한반도까지 상륙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진 지는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파 경로와 병원성 등 바이러스의 특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는 것도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스탠리 펄먼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와 알리무딘 줌라 영국 칼리지런던대 교수 등은 의학전문지 ‘랜싯’ 3일자 온라인판에 ‘메르스’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지식의 부재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학자들은 혹시 모를 팬데믹(대유행)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 메르스 환자 1180명 전수 조사


공개된 13쪽 분량의 논문에는 지금까지 연구된 메르스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자세히 담겼다. 5월 31일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확인한 전 세계 메르스 환자 1180명을 전수조사해 그 결과를 토대로 특징과 통계를 추출해 냈기 때문에 현재까지 나온 메르스에 관한 정보 중 가장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환자가 많이 발생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무려 1016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447명이 사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한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환자가 75명 발생해 10명이 죽었다.

5월 31일 당시 발병 환자 수를 기준으로 한국(18명)은 요르단과 함께 세 번째였다. 하지만 4일 현재 한국의 확진환자 수는 36명으로 늘어났다. 총 사망자 수는 483명. 5월 31일 당시만 해도 한국인은 이 수치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논문에는 메르스 환자를 자세히 분석한 연구 결과도 함께 실렸다. 메르스 환자의 나이는 1세부터 94세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환자의 98%는 어른이었고, 어린이가 메르스에 걸린 경우는 2%에 불과했다. 환자의 성비는 남자가 64.5%로 35.5%인 여성 환자보다 많았다. 환자의 98% 정도는 38도 이상의 고열을 호소했다.

○ 메르스, 주로 침방울과 접촉으로 전염


메르스를 일으키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28∼32kb(킬로베이스·염기 하나가 1b) 정도의 짧은 리보핵산(RNA) 단일 가닥을 유전체로 갖고 있다. 2002∼2003년 중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원인 바이러스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인 만큼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도 그만큼 높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처음 박쥐와 낙타 등 동물에 살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에도 감염될 수 있도록 돌연변이가 일어났고, 이후 사람 간 감염도 가능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람 사이의 전염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재채기 등에 의한) 침방울이나 환자와 직접 접촉할 때 전염된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공기를 통한 전염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메르스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배양한 세포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면역 관련 물질인 ‘인터페론’의 몇 종류나 약물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현재 WHO와 미국 CDC 등은 몇 가지 예방책만 제안하고 있는 정도다. 환자의 보호자와 의료진의 경우 환자 근처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실에서는 가운과 장갑을 착용해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라는 것 등이다. 또 공기 전염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실의 기압을 주변보다 낮게 유지해 공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거나 병실의 공기를 필터링하는 방법도 있다. 한편 WHO에서는 낙타를 다루는 농장과 도살장 근로자, 수의사의 경우에는 특히 개인위생을 잘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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