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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쿠팡의 1조 원 투자 대박

입력 | 2015-06-05 03:00:00


배우 전지현이 섹시한 눈길을 던지며 “나는 오늘도 꽤 잘 산다”고 말한다. “쇼핑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신 유행 옷이나 여행을 즐기고 가끔씩 호텔 스파로 기분도 낸다”고 자랑한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TV 광고다. 2010년 공동구매를 하면 할인해주는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한 쿠팡은 5년 만에 연간 거래액 2조 원을 넘는 종합전자상거래 회사로 성장했다.

▷쿠팡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58)한테서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 벤처기업 역사상 최대 금액이고, 세계적으로도 지난 1년간 미국의 우버(28억 달러), 중국의 샤오미(11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기업 가치는 5조5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쿠팡은 지난해 3400여 억 원 매출에 1200여 억 원의 적자를 봤지만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손 회장은 2000년 중국 알리바바에 200억 원을 투자해 60조 원으로 불린 경험이 있다. 쿠팡은 ‘제2의 알리바바’가 되리라는 기대에 부풀고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37)는 미국 하버드대를 나왔다. 부모님은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기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게 너무 재미있어” 창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전국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센터를 만들었다. 단순 유통업체가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IT)을 갖춘 혁신적인 기업을 추구한다. 쿠팡 직원이 직접 신속하게 배달해주는 ‘로켓배송’을 시작해 택배·물류업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은 규슈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태어나 조선인이라고 멸시를 받으며 자랐지만 일본 최대 IT 기업의 대표가 됐다. 미국에서 자수성가해 가장 큰 기업을 일군 여성은 한국계 타이 리(56)라고 한다. 그는 소프트웨어 판매 및 서비스로 연간 6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 SHI 대표다. 한국인의 DNA에는 창의성과 기업가적 근성이 넘치는 모양이다. 국내에 쿠팡 같은 벤처가 만 개만 나오면 좋겠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