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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독주 흔들… 대세론의 저주?

입력 | 2015-06-05 03:00:00

지지율 2015년 들어 처음 50%대로… 신뢰도 조사서 부정적 답변 56%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정부 기밀을 주고받았다는 ‘이메일 게이트’에도 별 흔들림 없던 지지율이 최근 정치 자금 조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는 것.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주자 중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은 57%로 이 방송사가 올해 실시한 조사 중 처음으로 50%대로 하락했다. 지난달 조사에선 63%, 4월에는 62%였다.

이에 앞서 ABC와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 시간)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가’라는 질문에 긍정적 답변은 38%에 그쳤다. 부정적 답변은 56%였다. CNN과 여론조사기관인 ORC가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하락세가 감지됐다. ‘클린턴 전 장관이 부정직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비율은 57%로 올 3월 49%에서 8%포인트가 늘었다. 선호도는 3월 53%에서 46%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 레이스 초반 여야를 막론하고 별다른 경쟁자 없이 독주하면서 온갖 스포트라이트와 의혹 제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벌어진 측면이 크다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른바 ‘독과점 후보의 저주’인 셈. CNN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등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할 정도로 대선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고 3일 분석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조엘 베넨슨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사가 진행된 시기의 문제일 뿐 지지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본다”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미 정가에선 클린턴 전 장관의 향후 지지율 추이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클린턴 재단’에 대한 여론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동딸 첼시가 실무 운영을 맡고 있는 이 재단은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WP는 3일 “부자와 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20억 달러(약 2조2100억 원) 규모의 천문학적 후원금을 조성한 재단의 성과가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