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바이러스의 습격 ① 정상세포 퇴화 ② 세포 일부가 탈출해 자기 복제 ③ 독립적으로 생긴 뒤 진화
‘스스로는 살아갈 수 없고 주위 환경을 이용해 번식하는 비세포성 생명체.’
바이러스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세포는 아니지만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끊임없이 자신을 복제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생명체라고 볼 수 있다. 대체 바이러스는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을까. 전문가들은 유전정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크게 세 가지 가설을 세웠다.
가장 먼저 등장한 ‘세포 퇴화설’은 정상적인 세포가 퇴화해서 유전체와 껍질 단백질로 남아 바이러스가 됐다는 학설이다. 천연두를 일으키는 폭스바이러스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헤르페스바이러스 유전체가 사람과 같은 이중가닥 DNA로 돼 있는 데다 80∼100개의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하지만 이 가설만으로는 전체 바이러스 종류의 절반을 넘는 RNA 바이러스의 기원을 설명하기 어렵다. 세포는 DNA만으로 유전정보를 저장하지만 일부 바이러스는 RNA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세포의 기원을 다르게 보는 ‘독립 기원설’도 있다. 이 가설은 바이러스와 세포가 각각 독립적으로 출발해 서로의 진화에 영향을 주며 현재에 이르렀을 것으로 본다. 가령 레트로바이러스는 예외 없이 RNA의 유전자 정보를 DNA로 옮겨 담는 ‘역전사효소’ 유전자를 갖고 있다. 현존하는 세포성 생물에서는 역전사효소의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다. 그나마 레트로바이러스의 친척인 레트로트랜스포존에서 유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바이러스들이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활동 구역’이 점점 더 빨리 뒤섞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자연에서는 서로 만나기 힘든 식물이나 동물을 한 공간에 두거나, 인간 스스로 새로운 바이러스 활동 구역으로 들어가면서 바이러스의 활동 영역이 뒤섞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점점 더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