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두 여자가 살인 계획을 세운다. 국내에도 팬이 많은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나오미와 가나코’ 얘기다. 두 사람은 절친이다. 나오미는 백화점 직원이고, 가나코는 퇴직 전업주부. 제거 대상은 가나코의 남편이다.
일본의 가정폭력도 우리와 비슷한 모양이다. 사생활로 여겨 경찰이 개입하길 꺼리며, 주변 사람들은 뻔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두 당사자 또한 그렇다. 남편은 아침마다 “다시는 안 때리겠다”고 다짐을 하고, 아내는 남편이 안쓰럽다. 그러는 사이 폭력의 수위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는다.
가나코 남편의 폭력은 ‘응석’에서 출발한다. 부잣집에서 떠받들려 키워진 그는 응석이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를 폭발시킨다. 고생 모르고 자란 그가 금융위기 이후 경쟁이 격화된 은행에 들어갔으니 실적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그 울분을 아내에게 무차별 주먹질과 발길질로 퍼붓는 것이다.
아내와 친구가 남편을 죽이는 ‘절대 권장할 수 없는’ 스토리인데도 묵은 체증이 뚫리듯 통쾌한 것은 ‘지질한 남자’에 대한 반감 혹은 못난 남편으로 상징되는 부조리한 세상의 억압에 맞서는 화끈한 복수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러나 복수극만으로 소설을 마무리 짓지 않는다. 순진한 두 여자의 ‘뻘짓’이 눈치 빠른 시누이의 등장을 계기로 하나둘씩 드러나며 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두 주인공 이야기가 남의 사정 같지만은 않다. 저출산에 고령화, 황혼이혼이 그렇고, 가족 해체와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사정 또한 그렇다. 세상살이에 휘둘리느라 바빠 어떻게 살아야 좋은 가정을 일굴 수 있는지 가르쳐 주기는커녕 본인조차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하는 부모 세대 역시.
이제 웬만한 여자들은 오로지 군림만 하려는 남편의 태도가 열등감의 산물임을 안다. 밖에서 당한 것을 식구들 상대로 분풀이한다고 본다. 그러니 아내에게 진심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면 어깨에서 힘부터 빼는 게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