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을 거듭하던 중국 상하이 증시가 5,000선까지 돌파하면서 ‘거품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과 자본시장 개방 정책에 힘입어 추세적으로는 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겠지만 하반기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이 과정에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나타났던 주가 급등락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5일 5,023.10으로 마감해 2008년 1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5,000 고지를 넘어섰다. 올 들어 55% 이상, 최근 1년간 무려 140% 이상 급등한 실적이다. 선전종합지수도 올 들어 114% 폭등하며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상하이 지수는 지난달 27일 4,940선까지 치솟으며 5,000 돌파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거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단숨에 4,600선까지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3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2차례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돈 풀기에 나선 중국 정부가 이달 초 1조5000억 위안(약 270조 원) 규모의 담보보완대출까지 실시하면서 ‘유동성의 힘’이 지수를 5,000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중국 실물경제가 경착륙 우려를 낳을 만큼 빠르게 식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만 뜨겁게 달아오르며 거품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증시를 ‘카지노 판’에 빗대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하루 거래대금은 각각 1조 위안을 돌파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 융자잔액도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위안을 넘어서 과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90%를 웃돌아 작은 악재에도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한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주가와 경제 기초체력 간의 괴리가 커졌다”며 “앞으로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 증시 변동성도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증시는 다른 선진국 증시에 비해 한참을 바닥에서 기었던 만큼 격차를 줄이는 과정에서 전고점인 6,0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며 “다만 앞으로도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이 잘못 진입하면 상당기간 힘든 과정을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