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10타·마크 레시먼)에는 이르지 못했다. 역대 최소 타수 우승(21언더파 263타·이승호)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생애 첫 우승은 지켜냈다.
늦깎이 골퍼 이태희(31·OK저축은행)가 데뷔 9년 만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태희는 7일 경기도 여주의 360도CC(파71·7024야드)에서 끝난 넵스 헤리지티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한 타를 잃었지만 3라운드까지 벌어놓은 점수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한번도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3라운드까지 2위 서형석에 9타를 앞선 탓에 우승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골프는 마지막 장갑을 벗을 때까진 알 수 없는 스포츠다. 이날도 그랬다. 이태희가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자인 ‘일병’ 허인회가 무섭게 추격했다. 16홀까지 허인회는 7개의 버디로 7타를 줄였고, 이태희는 한 타를 잃으면서 둘의 격차는 2타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마지막 두 홀 연속 이태희는 파를 지켰고, 허인회 역시 스코어를 줄이지 못하면서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허인회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우승 뒤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를 한 이태희는 “올해 우승하면 속옷만 입고 그린 주변을 뛰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행동하려 했다(웃음). 그 동안 우승이 없어 힘들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