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처음 정상에 선 이태희가 우승트로피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KPGA
■ KPGA 넵스 헤리티지 16언더파 우승
4R 허인회 9타차에서 2타차 추격 뿌리쳐
겨울전훈에 전담 트레이너 동행 훈련 효과
“우승 오래 걸린 만큼 쉽게 내려가지 않겠다”
10년의 기다림은 길었다. 122번의 인내 끝에 우승의 달콤함을 맛봤다. 투어 10년차 이태희(31·OK저축은행)는 100번이 넘는 대회에 출전한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에게 우승은 너무도 멀었다. 우승이 잡힐 듯 했지만 번번이 피해갔다. 2008년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과 2013년 솔라시도 파인비치오픈 그리고 작년 SK텔레콤오픈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프로가 된 이후 3년 만에 왼쪽 어깨의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위기도 있었다. 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었지만 재활치료를 통해 극복하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이태희가 10년 동안 기다려온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쉽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올린 우승트로피였기에 더욱 값졌다.
베테랑 이태희가 10년의 오랜 기다림 끝에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7일 경기도 여주군 360도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넵스 헤리티지 2015’에서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의 물세례를 받고 있는 이태희. 사진제공|KPGA
이태희는 7일 경기도 여주군 360도골프장(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넵스 헤리티지 2015’(총상금 6억3236만원)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태희의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2위(서형석)에 9타차 앞서 있어 여유로운 우승이 기대됐지만 그에게 우승의 문은 너무 멀었다. KPGA 투어엔 ‘군인돌풍’의 주역인 허인회(29·JDX상무골프단)가 있었다. 이날 무려 7타를 몰아치며 이태희를 압박했다.
이태희는 “작년 SK텔레콤오픈도 그랬고 지금까지 그런 힘든 과정을 경험하다보니 많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런 시기가 없었더라면 오늘도 무너져서 우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첫 우승까지 오래 걸린 만큼 이 자리에서 쉽게 내려가지 않겠다. 이제 시작이고 골프선수로서 이제야 제대로 문을 열었다. 지켜봐주시면 재미있는 경기, 멋있는 플레이로 보답하겠다”며 첫 우승의 소감을 말했다.
한편 국내 프로골프대회 사상 처음으로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 그리고 후원사 협찬금을 상금에 포함하는 상금 증액 플랫폼을 시도한 넵스 헤리티지 2015는 3라운드까지 2억3236만7000원을 모아 기본 총상금 4억원에서 최종 상금 6억3236만7000원으로 늘어났다. 우승상금은 총상금의 20%인 1억2647만3400원으로 확정됐다. 4라운드 입장권 및 기념품 판매 수익금은 내년 대회의 총상금에 적용된다.
여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