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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미 통신원 리포트] 유벤투스 팬, 800km 행군도 헛되이…

입력 | 2015-06-08 05:45:00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UEFA 챔스 결승전 현장을 가다

연고지 토리노에서 결승장소 베를린까지
미션성공해 티켓 받고 바르샤 승리 지켜봐
입장 못한 팬들은 대형 스크린 보며 응원
선수들, 경기후 골대 그물 잘라 우승기념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통산 5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 이후 4년 만에 유럽 정상에 오른 바르셀로나는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국왕 컵),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하며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유벤투스는 리그와 FA컵, 더블 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입장권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올해 역시 티켓을 예매하기 힘들었고, 현장 판매분도 거의 없었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직접 베를린까지 넘어온 양 팀 팬들이 많았다. UEFA는 이들을 위해 팬존을 운영했고, 티켓을 미처 구하지 못한 많은 팬들은 대형 스크린을 보며 자국리그 대표 클럽을 목청껏 응원했다.

올림피아슈타디온역은 킥오프 4∼5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시내에서 경기장을 향하는 중에도 양 팀 팬들은 지하철에서 각자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암표상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암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비싸게 주겠다. 원하는 값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경기장에서도 다양한 퍼포먼스와 쇼가 이어져 현장의 팬들을 들뜨게 했다. 특히 최근 유명세를 탄 한 유벤투스 팬이 전광판 화면에 등장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탈리아 출신의 니콜로 데 마르치(22)는 자신이 좋아하는 유벤투스를 응원하기 위해 토리노(유벤투스 연고지)에서 베를린까지 걸어오는 미션을 성공하며 구단이 마련해준 티켓으로 결국 ‘직관’에 성공했다. 무려 804.67km를 걷는 동안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상황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저히 걷기 힘든 험한 길 12km는 자동차로 이용했고, 종종 자전거도 활용했다. 예정보다 하루 늦은 지난 5일 마침내 베를린에 도착하자 구단 관계자들은 이 팬을 직접 찾아와 약속한 결승 티켓을 건넸다.

니콜로씨는 인터뷰를 통해 “유벤투스가 공식 SNS로 ‘유벤투스가 결승에 간다면 나는 ○○○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려 처음에는 장난삼아 ‘나는 베를린까지 걸어가겠다’고 적었다”며 “결승에 진출하자 구단에서 실제로 미션을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나의 도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90분 내내 팽팽했던 경기는 결국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유벤투스 팬들도 끝까지 싸운 팀의 투지를 높게 사며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때까지 응원가를 불렀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팬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는데, 심지어 바르셀로나 팬 구역 골대 그물을 가위로 잘라 기념품으로 챙겨가는 이색적인 모습도 연출했다. 바르셀로나 라커룸에서 흘러나오는 선수들의 환호와 노래가 기자회견장까지 들려올 정도로 그들의 축제는 밤늦도록 계속됐다.

베를린(독일)|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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