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PD-기획사 관계자가 본 드라마 ‘프로듀사’의 극중 설정 대형 기획사 위상 높아졌지만 PD와 각 세우는 일은 거의 없어 연예인과 PD의 로맨스, 장기 작업 드라마라면 있을수도 제작진 먹을거리 집착 리얼상황… 외모-패션 번듯한 PD는 없어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극중 신디(아이유)를 섭외하려다 기획사 대표인 변미숙(나영희)에게 면박을 당한 막내 PD 백승찬(김수현)을 라준모 PD(차태현)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톱가수를 섭외할 때 막내 PD가 나서는 일은 없다. KBS TV 화면 캡처
극중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대형 연예기획사의 ‘파워’다. ‘뮤직뱅크’ 연출자 탁예진 PD(공효진)를 만나기 위해 방송사 앞 카페에 죽치고 있는 매니저들도 있지만 극중 톱가수 신디(아이유) 등을 데리고 있는 기획사 ‘변 엔터테인먼트’의 변미숙 대표(나영희)는 PD 앞에서도 ‘갑’이다. ‘1박 2일’ 라준모 PD(차태현)를 ‘당신’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촬영 현장의 진행부터 프로그램 편집까지 사사건건 참견한다. 드라마에 기획사 대표로 출연한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극중 섭외 문제로 찾아온 라 PD를 한참 기다리게 하다가 겨우 영상 통화를 했으나 통화 품질을 핑계로 제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지상파 예능 PD A 씨는 “드라마 내용처럼 PD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출연에 있어서는 대형 기획사가 ‘갑’이 된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 예능 PD인 B 씨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사이가 좋지 않은 모 지상파에 소속 연예인들을 한동안 출연시키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야 관계가 회복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정 기획사가 인기 연예인의 출연을 걸고 신인을 ‘꽂아달라고’ 압력을 넣는 일도 벌어진다. 가수 매니저인 C 씨는 “아무리 톱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라고 해도 신인 연예인들을 방송에 노출시키려면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방송 내용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극중 신디는 백승찬(김수현)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연예인과 PD의 로맨스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MBC 예능 PD와 결혼한 스타 개그맨 신동엽과 드라마 PD와 결혼한 연기자 원미경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B 씨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지 15년가량 됐는데 여자 연예인이 남자 PD를 짝사랑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며 “드라마 촬영처럼 2∼3개월 PD와 연기자가 함께 현장에서 먹고 자는 경우 ‘눈이 맞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D들은 드라마가 막내 PD의 바쁜 일상 등 예능국의 소소한 분위기는 비교적 잘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B 씨는 “막내 PD는 예고나 NG 컷 빼는 일 등 기초적인 편집을 주로 하는데 일주일에 2, 3일은 집에 못 가고 편집실에서 두세 시간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먹을거리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막내 PD 승찬은 과자나 호떡 같은 것을 사러 다니느라 바쁘다. 한 PD는 “예능 PD들은 의식주 중 입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한 욕구가 충족이 안 되기 때문에 먹는 것에 집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현실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의 외모와 패션이다. 한 여성 PD는 “실제 방송국에는 김수현처럼 잘생긴 PD가 없을 뿐 아니라 인물이 좀 되는 PD도 헐렁한 옷을 며칠씩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