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에 KBO 초비상
수원-잠실 등 수도권 구장 관중 격감… 선수 감염-확진환자 관전 등 우려
일각 “막연한 불안감에 흔들려”…
“지금 야구가 문제인가, 사람이 먼저다.”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은 5∼7일 kt와의 3연전이 열린 대전구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을 맞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는 야구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이런 때에 야구를 하는 게 맞는 일인가.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선수들은 건강해서 괜찮다고 해도 관중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상황이 심각하다면 리그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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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까지 늘어나던 야구장 관중은 메르스가 확산되며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특히 메르스의 1차 진원지인 경기 평택과 가까운 수원을 안방으로 쓰는 kt는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 관중은 각각 3091명과 2208명, 2009명밖에 되지 않았다. 4일 관중 수는 올 시즌 수원구장 최소 관중이었다. kt는 야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까지 막을 순 없었다. kt는 앞으로 예정된 안방경기를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치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 오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수 가운데 감염자가 나오는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환자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와 운동장에서 접촉한 동료 선수들 및 관계자들은 모두 격리돼야 한다. 당연히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워진다.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모든 감염은 병원 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병원 입원자나 방문자, 의료진 등만 감염됐을 뿐 병원 밖을 벗어난 지역 감염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7일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24곳 가운데는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과 서울아산병원(서울 송파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소재의 많은 학교가 임시 휴교령을 내린 상태다. 이 지역에는 여러 명의 선수가 거주하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선수도 그렇지만 야구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확진환자가 나오면 어떡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불안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B구단 관계자는 “백화점과 놀이공원 등도 다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직장인들도 모두 회사를 나간다. 리그를 중단할 정도의 사태는 아닌 것 같다. 상황을 주시하며 정부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는 국제대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5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 대표팀은 13, 14일 수원에서 열릴 예정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흥행을 걱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일전은 누구나 기대하는 빅카드지만 장소가 수원이라 많은 관중이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 개막 예정이었던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는 메르스 확산 여파에 따라 8월로 잠정 연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