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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진 제1항목을 메르스로… 위험성 적극 알려야

입력 | 2015-06-08 03:00:00

[메르스, 이렇게 막아라/방역체계 재정비]보건당국-병원 어떻게




“한국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4∼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총 17명이나 확인되자 방역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번째 감염자(1번 환자)가 확인됐을 때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의 ‘메르스는 전염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지나치게 신뢰하며 ‘국제기준의 방역전략’에만 의존했던 것이 결국 ‘방역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3주도 안 돼 감염자 발생 세계 3위 국가가 됐고, ‘2차 진원지(삼성서울병원)’까지 생긴 상황에서 새로운 대응 전략 없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지금부터라도 위기의식을 강조해라


‘한국판 메르스 대응 전략’은 메르스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염력이 약하더라도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감염병 특성상 갑자기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스는 발견된 지 3년밖에 안 됐고, 보건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중동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해 제대로 된 연구가 많지 않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으면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공포에 빠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건 정부의 메르스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리는 일. 3차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지역사회 전파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부터 긴장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시행한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감염병 대응 훈련 땐 해외 여행객 중 메르스 감염자가 국내 입국 과정에서 확인되면 위기단계를 ‘주의’로, 내국인 환자가 발생하면 ‘경계’로 설정하는 상황을 시나리오로 삼았었다. 결국 현재 정부의 위기단계는 한 달 전 진행됐던 훈련상황보다도 낮은 것이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과의 싸움에서는 위험성을 강조할 때의 부작용이 그렇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보다 적다”며 “초기부터 위기대응 수준을 높이는 게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공기 전염 △바이러스의 변이 △지역사회 감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관리에 들어가는 모습도 필요하다. 이미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변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더라도 지속적으로 2차, 3차 검사를 진행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국민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번번이 보건당국의 전망이 빗나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자세히 공개되어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6일 ‘긴급재난문자’로 발송했던 ‘메르스 예방수칙’ 같은 대국민 메시지에 ‘손을 잘 씻자’ 수준의 생활정보가 아닌 위험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 의료계 현장도 메르스에 우선순위 둬야

보건당국 못지않게 병원 현장에서도 위기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염 사태는 두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더욱 집요하게 환자들의 해외 방문 경험과 이동 경로 등을 파악했다면 훨씬 빨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는 메르스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각 의료기관에서는 제1문진 항목을 ‘메르스’ 관련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문진표를 작성할 때 포함되는 내용은 인적사항과 기저질환뿐이다. 접수 단계부터 체온을 재고, 메르스 가능성을 묻는 문진표를 제공해야 일반 환자와 공간을 공유하며 전파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문진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접수 단계에서 체온 측정 및 메르스 문진표 작성 ②의심환자로 판단되면 별도의 공간에 대기 ③메르스 핫라인 통해 문의 ④당국의 조치에 따라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해야 한다. 메르스 관련 문진표는 △중동 메르스 위험국 방문 △환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 방문 △고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로 채워야 한다.

더불어 의료기관과 보건소 관계자들의 자체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많은 의료진이 문진 및 치료 과정에서 비말에 노출될 정도로 밀접 접촉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메르스 확진환자 중 의료진은 7명으로 전체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 의료인 및 병원 직원의 ‘N95 마스크 착용’ 등을 필수화할 필요가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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