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렇게 막아라/방역체계 재정비] 중증환자 응급실 대기 평균 6.3시간… 천 칸막이뿐인 구조도 감염에 취약 바닥-의자서 대기 ‘야전병원’ 수준…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구조 바꿔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가 의료진과 환자 등 17명을 감염시켰다.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가 20명 넘게 감염시킨 것을 제외하면 병원 감염 중 가장 많은 감염 사례다. 이에 따라 응급실 내 감염 방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의 대량 감염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4번 환자는 지난달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거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때는 지난달 27일. 메르스의 잠복기가 2∼14일(평균 5일)인 점과, 보통 환자가 증상이 심해져야 3차 의료기관(삼성서울병원)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환자의 상태는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 대량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14번 환자가 응급실 도착 당시 증세가 심하지 않았다.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렴 증세가 있던 환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응급실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환자는 많고 의료진과 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과밀화 지수는 133.2%로, 서울대병원(175%) 경북대병원(154%) 서울보훈병원(138.5%)에 이어 전국 4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응급실에 환자가 많이 몰리는 병원이라는 뜻이다. 응급실 과밀화 지수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를 병상 수·365일·24시간을 곱한 값으로 나눈 것이다. 환자가 붐비면 그만큼 감염관리가 어렵다.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은 과밀화 때문에 병동에 비해 감염 통제가 훨씬 어려운 공간이다.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입원이 안 돼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병원 응급실은 하루에 내원환자 300명, 보호자 300명, 직원 100명 등 700여 명이 오간다”고 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누워 있거나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것이 예사다. 야전병원이나 다름없다.
미국 등 선진국의 응급실이 대부분 1인 1실인 데 비해 우리는 천 칸막이로 침상을 구분해 감염에 취약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을 1인실 구조로 만들면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1차, 2차 의료기관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너무 쉽게 갈 수 있는 의료전달 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과밀화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