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2차 확산/어디까지 번지나] ‘슈퍼 전파자’ 어떻게 생기나
슈퍼 스프레더(spreader·전파자)는 의학계에서 8명 이상을 감염시킨 환자를 부르는 용어다. 평택성모병원에서 38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킨 1번 환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 34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14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로 지목되자 또 다른 슈퍼 전파자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슈퍼 전파자가 아닌 일반 메르스 감염환자는 1명당 평균 0.6∼0.8명을 전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다량의 감염환자를 만드는 슈퍼 전파자의 발생을 막아야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 특히 천식이 있어 기침이 잦은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환자에 비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나타나는 증상의 정도는 환자의 평소 건강 상태가 좌우한다는 것. 건강 상태가 나쁠수록 다른 환자들보다 더 많은 기침과 재채기를 해 바이러스를 잘 퍼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천식이 있을 경우 더욱 위험하다.
슈퍼 전파자가 될 만한 환자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슈퍼 전파자를 만든 의료 환경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슈퍼 전파자가 된 환자들에게서 유별난 특이점을 찾기는 어렵다”며 “전염을 부추긴 국내 응급실 환경이나 병문안 문화가 슈퍼 전파자의 탄생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슈퍼 전파자의 등장을 막고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감염 증상의 시작이 곧 전염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보건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지만 감염 뒤 24시간이 지나면 체내 바이러스의 양이 처음 흡입한 바이러스 양의 1000∼1만 배로 늘어난다. 국내 평균 잠복기인 6.5일 동안 체내 바이러스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잠복기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감염환자를 만들 준비를 끝마친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잠복기가 지난 후 감염환자가 기침과 재채기를 하게 되는 것은 메르스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다른 감염환자를 만들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 교수는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환자와 의심환자를 추적해야 되지만 무엇보다 국내의 열악한 응급실 환경과 과도한 병문안 문화가 개선돼야 바이러스 확산은 물론이고 슈퍼 전파자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