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2차 확산/10대 환자 발생] “아이들 학교 보내도 될까”
“메르스 막자”… 초등학교 체온 체크 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시내 모든 초중고교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등교 학생의 체온을 매일 측정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교육부는 이 10대 확진환자의 경우 발병 전부터 계속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학생이 의심환자로 분류된 이후에도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보건 당국이 교육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가 확진 학생의 이름, 학교, 주소 같은 인적 정보를 교육부와 교육청에 알려주지 않아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학부모 중에는 학교가 휴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체적으로 등교시키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천의 A초등학교 교장은 “지난주에는 휴업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도 없고 아이들도 정상적으로 등교했는데 오늘은 반마다 결석 학생이 한두 명씩 생겼다”면서 “휴업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생 학부모가 주로 이용하는 학습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부산도 확진환자가 나왔는데 왜 당국에서는 일괄 휴업령을 내리지 않느냐’는 항의 글부터 ‘학부모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전국 단위 휴교령을 건의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휴업 학교가 늘어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9일부터 휴업 학교 명단을 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에 공개하기로 했다.
학교 휴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 ‘남편 거래처가 있는 건물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 아빠들이 이런 식으로 메르스에 노출돼 있으면 휴업을 해봤자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글이 올라오자 ‘회사도 재택근무나 휴업을 해야 한다’는 댓글이 수십 건씩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자가 모두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 내에서만 발생한 만큼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식의 반응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환자가 나오면 격리 치료를 잘하고, 밀접 접촉자들을 잘 관리하면 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식의 과도한 불안감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10대 환자가) 학교와 집만 오가다가 메르스에 감염됐으면 심각한 문제겠지만 현재 감염은 병원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나라에서는 10대 메르스 환자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특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용된 메르스 환자 발생 통계가 중동에서 산출됐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엄 교수는 “중동 데이터에선 환자 1200명 중 20여 명(2%)이 소아(15세 미만)였다”며 “중동에선 주로 낙타가 메르스를 매개하는데 아이들이 낙타와 접촉하는 경우가 성인보다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접촉 빈도가 낮기 때문에 전반적인 발생 빈도도 낮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