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고리를 끊자/의료진-정부] ‘병원 방역’ 무엇이 시급한가
만약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메르스 접촉자 관련 정보를 조회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일찍 가동됐다면, 건국대병원의 76번 환자와 감염 우려자들의 격리 조치는 보다 신속하게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조회시스템은 6일 오후 10시 이후에야 가동되기 시작했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7일 만이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3일 이르면 당일 중으로 의료진용 조회시스템을 가동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동은 3일 이상 늦어졌다. 만약 이 시스템이 일찍 가동됐다면 삼성서울병원의 대량 감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문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메르스로 의심하고 대응해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내과 개원의는 “시스템 속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메르스 감염자의 경우는 의사의 문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실제 진료시간이 1∼2분에 지나지 않는 현실에서 이게 잘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의료체계에서는 의료기관이 검색할 수 있는 환자 정보는 해당 기관의 진료기록뿐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다. 관리대상 목록에 올라가지 않으면 의사의 꼼꼼한 문진만이 메르스를 가려낼 수 있다.
손준성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추천한 메르스 환자 선별을 위한 의료진의 문진 수칙은 다음과 같다. △중동이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환자 발생 병원이나 경유 병원 방문 여부 확인 △임상증상 문진 및 발열(복지부 지침상 37.5도), 호흡기증상(기침 가래 숨참), 소화기 증상(구토 복통 설사) 확인 △면역력 저하시키는 당뇨 만성간질환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 유무 확인 △면역억제제 복용 여부 확인 △장기이식수술이나 항암약물치료 이력 확인 등이다.
한편 메르스에 감염되면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중환자실의 경우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의 경우 호흡기내과 중환자실의 인터폰을 누르자 발열 체크도 하지 않고 물티슈 등의 물품을 반입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면회객 출입 때 이상증세를 묻지도 않는 등 메르스 발생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대전의 다른 병원 중환자실의 한 환자 가족은 “의학적으로 면회객을 제한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알 수 없지만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병원의 안전 불감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