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日 ‘심야식당’
원작 만화, 드라마 거쳐 영화로 카레-마밥 등 세가지 에피소드 그려
화려한 伊 ‘트립 투 이탈리아’
카프리섬 등 눈부신 풍광에 실제 유명요리로 진수성찬 차려

일본 대 이탈리아의 먹방 대결은 누가 승리할까. 소박하고 훈훈한 음식에 감초 조연으로 맛을 낸 ‘심야식당’(위쪽 사진)과, 화려한 음식과 경치에 영국식 유머까지 삼합을 이룬 ‘트립 투 이탈리아’는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 호호호비치 제공
18일 개봉하는 ‘심야식당’(12세 이상)과 4일 개봉한 ‘트립 투 이탈리아’(15세 이상)는 둘 다 TV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음식 영화다. ‘심야식당’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극장판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동명의 BBC 시트콤을 영화로 만든 것. 2010년 방영됐고 같은 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더 트립’의 속편 격이다.
○ 심야식당: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
원작 만화는 2007년 연재를 시작했고 드라마는 2009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했다. 원작이 쌓아온 세월을 그대로 이어받은 덕에 영화에선 노포(老鋪)의 손맛이 느껴진다. 도쿄 뒷골목의 밥집 ‘심야식당’에는 매일 밤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의 음식을 찾아 드나든다. 짧은 에피소드 중심인 원작처럼 영화도 나폴리탄 스파게티, 마밥, 카레라이스를 테마로 한 세 에피소드가 심야식당의 사계절을 골고루 보여주며 전개된다. 여기에 가게에 버려진 유골함에 얽힌 미스터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 트립 투 이탈리아: 입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
‘심야식당’이 나란히 앉아 먹고 싶은 음식을 보여준다면 ‘트립 투 이탈리아’는 입이 떡 벌어지는 진수성찬과 이탈리아의 눈부신 풍광을 구경시켜 주는 영화다.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이 연출하고 영국의 유명 배우인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던이 출연했다. 전편 ‘더 트립’에서 영국 북부를 여행했던 이들은 이번에도 영국 주간 옵서버의 의뢰로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고급 레스토랑을 섭렵한다. 영화에는 요트를 타고 들어가야 먹을 수 있는 오징어 요리, 카프리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의 라비올리 등 실제 레스토랑의 진짜 메뉴가 등장한다.
이런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도 두 사람은 ‘아무리 맛있어도 음식은 음식일 뿐’이라고 말하듯 끊임없이 마이클 케인, 알 파치노 등 유명 배우를 흉내 내며 ‘폭풍 수다’를 떤다. 수다 속에는 중년의 위기를 겪는 이들의 심경이 언뜻 드러나지만 그 역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여행이 계속되며 쿠건은 엄마와 간 휴가지가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들을 달래느라 고생하고, 브라이던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소박하고 진득한 ‘심야식당’과 화려하고 산뜻한 ‘트립…’은 일본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만큼이나 다르다. 하지만 끝자락에 이르러 두 영화는 정성 어린 밥 한 끼가 누구에게나 그렇듯, 비슷한 위로를 건넨다. 인생은 내일도 여전히 계속되니, 오늘은 잠시 쉬며 맛있는 음식으로 연료를 채워 넣고 다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