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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협력, 한반도 통일의 원동력 될 것”

입력 | 2015-06-09 16:12:00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잇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방정책을 추진하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입니다.”(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양국을 대표하는 국책 연구원이 상호 협력 과제를 논의하는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경제연구원(ERI)은 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수교 25주년, 러시아 경제와 한-러 협력: 새로운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양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물류,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러 협력, 한반도 통일의 토대”

이 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러 양국의 협력이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원동 전 수석은 축사에서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교통과 물류, 통상 네트워크를 주도하면서 극동 개발을 강화하는 ‘동방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협력은 한국과 유라시아 국가들의 연계를 방해하는 북한이라는 물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러 3자 경제협력은 북한을 유라시아 협력에 참여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틀”이라며 “시베리아 횡단철도-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사업,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사업 등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자극하면서 한반도 통일의 물적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벨 미나키르 REI 원장은 “양국을 하나의 통로로 잇는 비전을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이 크지만, 현실은 아직 이에 못 미치고 있다”며 “이것이 오히려 양국의 협력이 강해져야 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규형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전 주러시아 대사)은 “한국은 러시아가 극동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해 신뢰할 수 있고 최선의 협력을 할 수 있는 나라”라며 “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특별열차가 7월 운행되는데, 이러한 실질적인 경협 사업을 축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정경 분리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는 ‘정경(政經) 분리’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았다.

제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남-북-러 3자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통일의 인프라 조성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며 “미-러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해서는 철저한 정경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렉 렌진 REI 부원장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의 유력한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이탈했지만, 한국은 공식적으로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지 않았다”며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의 틈새 점유를 통해 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유럽까지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한국의 구상은 러시아 지도부의 생각과 매우 유사하다”며 “다양한 경협 프로젝트가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