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잡을 수 있다/진정 vs 확산 고비]대형병원 3곳 추가환자… 향후 전망
평택성모병원발 1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삼성서울병원발 2차 확산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확진환자는 6일(15명), 7일(17명)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8일 단 3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초 보건당국은 12일이 2차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14번 환자가 지난달 29일까지 응급실에 있다가 격리됐는데, 산술적으로 12일경까지는 환자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조기 종식을 위해서는 3차 확산을 막아야 한다. 특히 9일 처음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아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등 3개 병원에서 추가 환자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3개 병원에서 바이러스를 전파한 6번(사망), 15번 환자(35)가 슈퍼 전파자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6번 환자는 지난달 15∼17일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뒤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동하며 3차 감염을 일으켰다. 하지만 6번 환자는 지난달 28일 확진 격리 후 이미 12일이 지나 최대 잠복기(14일)에 근접한 상황이다. 15번 환자도 지난달 30일 확진 후 이미 10일이 경과했다. 앞으로 최대 3∼4일 동안은 6, 15번 환자가 전파한 3차 감염자가 나올 수 있지만,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전파자(14번 환자)의 노출 시간이 3일 가까이 됐지만,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은 그보다 짧다”며 “환자가 하루 1, 2명씩 나올 수는 있지만 제3의 진원지로 부상할 가능성은 적다”라고 말했다.
○ 4차 감염 가능성도 낮아
94번 환자(71)도 지난달 15일 폐렴으로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했고 격리되기 전 28일 “요양병원으로 가겠다”며 퇴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90번 환자도 6일 옥천성모병원을 방문한 데 이어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8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89번 환자도 전북 김제 우석병원, 김제한솔내과의원 등을 거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큼 메르스 확진환자들이 거쳐간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바이러스는 전염할 때마다 전파력이 떨어진다. 9일 발생한 3차 감염자들이 추가적으로 4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지역 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거쳐간 을지대병원은 감염환자와 의료진을 통째로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을지대병원은 감염내과 의료진이 부족해 좀 더 선제적인 격리 조치를 취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임신부 첫 메르스 1차 양성 환자가 나타나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40대 임신부 A 씨는 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27일 14번 환자가 있던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 어머니를 면회하러 찾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9일 현재 정상체온을 유지하고 있지만 약 투여가 어려워 의료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메르스 확진 혹은 의심으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의 적용을 확대하고 환자 부담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격리실 입원료, 일반입원 격리 비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부분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이라며 “입원 진료비 중 환자 본인부담금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10번 환자가 탄 비행기에 탑승해 홍콩과 중국에서 격리됐던 한국인 10명이 9일 격리 해제됐다”고 밝혔다.
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