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타구 정보기록장치 ‘트랙맨’… 잠실-목동 이어 2015년내 모든 구장 설치 투구 초속-종속-회전량, 타구 속도 등… 전력분석 도움 될 27개 데이터 수집
올해부터 프로야구 시청자들은 ‘스탯캐스트’를 통해 타자가 얼마나 빠른 공을 얼마나 멀리 날렸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됐다(왼쪽 사진). 잠실구장에 설치된 ‘트랙맨’.
메이저리그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올 시즌부터 각종 타구 정보를 기록하는 스탯캐스트(statcast)가 메이저리그에 도입됐다는 소식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지난번 칼럼에 이 내용을 언급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이런 기록은 없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습니다. 잠실과 목동에서는 이미 똑같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콘텐츠 제작사 ‘애슬릿미디어’는 지난달 서울에 있는 이 두 구장에 ‘트랙맨 베이스볼 스타디움(트랙맨)’이라는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트랙맨은 미사일을 추적하는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릴리스 포인트)부터 타자가 때린 공이 그라운드에 처음 바운드할 때까지 모든 궤적을 추적해 데이터로 만드는 장치입니다. 메이저리그어드밴스트미디어(MLBAM)도 스탯캐스트 구현에 이 장치를 씁니다. 애슬릿미디어는 올해 말까지 모든 프로야구장에 트랙맨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각 구단 전력분석팀에서 어떤 타자가 특정 투수에게 약한 이유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팬들도 ‘가장 지저분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는 누구일까’ 같은 질문에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되겠죠. 현재 MLBAM은 투구 속도와 릴리스 포인트 위치 등을 고려해 ‘효과 속도(Nasty Factor)’라는 개념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비 쪽에서도 ‘누가 제일 뛰어난 외야수인가’ 같은 연구도 가능할 겁니다.
물론 반론도 있습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투수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몇 년 동안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는데, 이걸 통해 뭐 그렇게 대단한 걸 배웠는지 모르겠다. 수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야구보다 먼저 트랙맨을 공식 데이터 측정 기기로 채택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보면 확실히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미국 ESPN이나 영국 BBC방송 등에서는 TV 중계 때 ‘트랙맨 프로’를 활용해 다양한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노승렬(24)과 장하나(23) 등의 국내 프로 선수들도 이 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KBSN이 트랙맨을 중계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프로야구 중계도 훨씬 더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요?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