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잡을 수 있다/치사율 진실은]확진자 58명 질환-증세 분석
이는 이미 다른 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 환자가 메르스를 특히 조심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메르스가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의미. 메르스를 경계하되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9일 현재 메르스의 국내 치사율은 7.3%(95명 감염, 7명 사망).
○ 고령에 호흡기 질환 있으면 치명적
김 이사장에 따르면 메르스 사망자 7명 전원은 모두 기저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거나 통원치료를 받았던 경우였다. 또 7명 중 5명은 천식,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는 호흡기 질환이 있는 만성 환자가 메르스에 걸릴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사망자인 25번 환자는 천식, 고혈압, 관절염 치료를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의인성 쿠싱증후군을 앓았다. 이 환자는 다른 환자들보다 젊은 57세였지만 여러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1일 사망한 6번 환자도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과 신장암 등이 있었다. 3일 사망한 36번 환자는 82세로 가장 고령이다. 이 환자는 천식과 세균성 폐렴으로 고생했다.
○ 기저질환은 고혈압과 당뇨병이 가장 많아
김 이사장이 분석한 메르스 환자 58명 중 37명은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7명의 기저질환 중 가장 많은 병은 고혈압(17.2%)이었으며, 당뇨병(13.7%) 고형암(12%) 만성 폐질환(10.3%) 만성 간질환(8.6%) 심장질환(8.6%) 등이 뒤를 이었다.
메르스에 걸린 환자들이 겪은 가장 흔한 증세는 고열(89.6%)이었다. 이어 기침(34.4%) 가래(22.4%) 근육통(22.4%) 호흡곤란(18.9%) 두통(13.9%) 설사(10.3%) 등이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메르스를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외적으로 증상이 없는 경우는 한 명이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유의할 것은 설사가 10%였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최대 25%까지 설사가 있었다”고 했다. 대개 음식을 잘못 먹어 설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같은 때라면 메르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증세의 정도는 중환자실에 있을 정도로 심했던 사람이 16.6%,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경우가 12%, 혈액투석을 한 경우가 4%였다. 발병 후 열이 없어지는 시기는 평균 7일째부터였다.
○ 에이즈 약과 항생제 등으로 치료
메르스 환자의 치료제로는 인터페론, 리바비린, 로피나비르 등이 주로 사용됐다. 에이즈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 질환에 쓰이는 치료제들이다. 이 약들은 동물실험에서는 메르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세균성 폐렴의 가능성 때문에 항생제를 쓴 경우는 56%였다.
이 조사 결과 15명에서 메르스 항체가 발견됐다. 메르스 항체가 발견됐다는 것은 과거에 메르스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인구 약 2730만 명 중 4만 명 정도가 최근 10년간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감염자 대부분은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처음 보고된 2012년 6월 이후 이달 1일 현재까지 메르스 감염 확진환자는 1016명으로, 이 중 562명이 완치됐고 447명이 숨졌다.
민병선 bluedot@donga.com·유덕영 기자·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