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잡을 수 있다/시민의식 절실]세계 과학기자들이 말하는 메르스 질병관리본부 트위터 닫혀 있어… 한국정부, 정보공개 더 투명해야
9일 오전 7시 반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의 ‘메르스 세션’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해외 과학·의학기자 250여 명이 몰렸다. 이날 메르스 세션은 당초 과학기자대회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외신 기자들이 메르스를 주로 다루는 과학·의학 전문기자들인 만큼 국내 메르스 확산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면서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긴급히 마련했다.
세션이 끝난 뒤 본보 기자가 외신 기자 4명을 따로 만났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현재 우리 정부의 방침과 달리 학교를 폐쇄하지는 않았다. 사우디 정부의 관심사는 10월 하지(성지 순례)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메르스 전파가 확산되지 않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메르스 바이러스는 10월에 잠잠했다. 실제로 사우디에서는 4월 전후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 지난해에도 4월경 메르스 바이러스가 한 차례 유행했다.
야히아 편집장은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메르스 관련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학교 폐쇄와 같은 강경 대응은 오히려 국민적인 공포감만 조성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중동에서는 병원 내 감염이 메르스의 주된 전파 경로인 만큼 의료진의 위생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쓴다”며 “사우디의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병원 내 감염을 막는 것이 첫 번째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마틴 엔서링크 기자(미국)는 “한국 정부의 대응과 국민 반응에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걸 많이 봤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메르스는 지역사회 감염보다는 병원 내 감염이 더 많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마스크를 왜 쓰고 다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메르스 바이러스의 ‘사촌’으로 불리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중국 신화통신 류스레이(劉石磊) 기자는 “중국은 사스를 겪은 만큼 현재 한국의 메르스 사태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실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가지 말라고 말렸다”고 밝혔다.
한편 메르스 세션에 참석한 또 다른 신화통신 기자인 황쿤(黃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다면 어느 정도일 거라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는 등 국내 메르스 확산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또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신청자 가운데 사스를 경험한 홍콩 의료진 한 명은 국내 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대회 참석을 취소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만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온 한 기자는 세션에서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트위터 계정이 닫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하고 정부의 정보 공개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트위터를 폐쇄한 상태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