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일 만에 메르스 환자는 95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한 명이 늘어 모두 7명이 숨졌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환자 증가세가 한풀 꺾여 다행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대량 감염을 일으킨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물렀던 기간이 5월 27∼29일인 만큼 바이러스 잠복기가 끝나는 금주 말이면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정성희 논설위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2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하나는 메르스와의 전쟁, 다른 하나는 메르스 공포심과의 전쟁이다. 우선 첫 번째 전쟁에서 우리가 밀리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 방역의 실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엇박자, 허술한 응급의료체계, 후진적 병실문화, 낙후된 시민의식 등 우리 사회의 경박함과 몰합리성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메르스가 두려운 이유는 모르는 병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중세시대 흑사병, 대항해시대 괴혈병, 산업혁명 시대 콜레라, 20세기 에이즈가 그랬다. 1740년 영국 해군이 아메리카를 정복할 때 배에 타고 있던 1955명 가운데 997명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다. 이때 전투로 인한 사망자는 단 4명. 이 저승사자의 정체는 1928년에 와서야 비타민C 결핍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질병은 극복의 대상은 될지언정 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정보공개 불가 방침에 매달리는 사이에 의외의 인물을 통해 많은 정보가 밝혀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제를 제기했던 35번 환자가 그렇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그는 “발병 직후 이틀간은 통증 수치가 (10단계 중) 9단계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목적은 개념 없는 의사로 지목당한 자신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를 듣고 메르스가 죽을병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5번 환자로 알려진 다른 의사는 완치 후 가진 인터뷰에서 “독감의 통증지수가 7이라면 메르스는 3∼4 정도였다”며 소화불량 때문에 고생했지만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의사의 각기 다른 경험담이 정부보다 메르스에 관한 훨씬 많은 진실을 제공해 주고 있다.
메르스 알면 공포도 사라질 것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아군은 상당한 내상을 입었지만 적도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상대를 알면 반쯤 이긴 것이다. 메르스가 실체를 드러내면 우리는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고 공포만 극복해도 메르스는 제압될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처럼, 우리도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