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잡을 수 있다/시민의식 절실]감염 의심자 부실관리 여전 동탄성심병원서 간병 93번 환자 “중국동포 불이익 우려” 병원 나와 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귀가… 지병 치료하려 인근병원 통원도
93번 확진자로 판정된 중국동포 A 씨(64·여)는 경기 화성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15번 환자가 입원했던 곳이다. A 씨는 같은 달 26일부터 15번 환자가 입원했던 5인 병실에 상주하며 간병일을 했다.
병원 측은 15번 환자 확진 이후 A 씨에게 “감염 여부 확인 때까지 병원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 계획대로면 A 씨는 1일 구급차로 거주지인 서울 금천구 보건소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송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A 씨는 돌연 종적을 감췄다. A 씨는 인적사항 조사 때도 가명을 써 보건당국은 잠적 5일 만에야 A 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사 결과 8일 밤 A 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금천구는 9일 오전 거점병원인 상계동 백병원에 격리 조치했다.
그동안 당국은 의료기관 내 감염만 강조하며 대중교통에서 접촉한 불특정 다수에 대해선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감염 환자와 짧은 시간 접촉했는데도 감염된 사례가 확인됐다. 당국의 관리가 소홀한 틈에 환자들과 접촉한 일반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92번 환자(27)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다가 6번 환자를 접촉했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이 환자가 6번 환자와 접촉한 시간은 약 10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촉했어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하철, 버스 등 밀폐된 공간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의 관리망이 허술한 틈을 타 외출하는 ‘자가 격리 사각지대’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일 자가 격리 대상자였던 한 여성은 조치를 무시한 채 서울 자택을 벗어나 전북의 한 골프장으로 외출했다가 적발됐다. 3일 충북 청주에서는 환자 접촉으로 격리 조치됐던 한 교사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아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고, 지역별 보건소와 합동으로 자가 격리 관리를 하고 있다”며 “관리망에서 누락된 사람은 직접 찾아가는 모니터링도 실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