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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금지” 병원 요청에도… 확진전 8일간 대중교통 이용

입력 | 2015-06-10 03:00:00

[메르스 잡을 수 있다/시민의식 절실]감염 의심자 부실관리 여전
동탄성심병원서 간병 93번 환자 “중국동포 불이익 우려” 병원 나와
버스-지하철-마을버스로 귀가… 지병 치료하려 인근병원 통원도




정부의 뒷북 격리 조치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가 거리를 오가며 일반시민들과 접촉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93번 확진자로 판정된 중국동포 A 씨(64·여)는 경기 화성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15번 환자가 입원했던 곳이다. A 씨는 같은 달 26일부터 15번 환자가 입원했던 5인 병실에 상주하며 간병일을 했다.

병원 측은 15번 환자 확진 이후 A 씨에게 “감염 여부 확인 때까지 병원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 계획대로면 A 씨는 1일 구급차로 거주지인 서울 금천구 보건소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송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A 씨는 돌연 종적을 감췄다. A 씨는 인적사항 조사 때도 가명을 써 보건당국은 잠적 5일 만에야 A 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사 결과 8일 밤 A 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금천구는 9일 오전 거점병원인 상계동 백병원에 격리 조치했다.

역학조사 결과 A 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병원을 나와 27번 버스, 지하철 1호선, 01번 마을버스를 타고 시흥동 집까지 이동했다. 1일에는 외출하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잠복기인 2∼8일 영등포구 서울복지병원에 통원하며 요로감염으로 내과진료를 받았다. 문제는 A 씨가 7일 금천구로부터 자가 격리 조치 통보를 받은 뒤에도 무단으로 집을 나와 진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는 병원을 오갈 때 01번 마을버스와 지하철 1·7호선을 이용했다. 또 7일 오전 11시경 현대시장 입구 분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집주인과도 두 차례 만났다. A 씨는 “외국인이어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병원에서 몰래 빠져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당국은 의료기관 내 감염만 강조하며 대중교통에서 접촉한 불특정 다수에 대해선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감염 환자와 짧은 시간 접촉했는데도 감염된 사례가 확인됐다. 당국의 관리가 소홀한 틈에 환자들과 접촉한 일반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92번 환자(27)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다가 6번 환자를 접촉했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이 환자가 6번 환자와 접촉한 시간은 약 10분.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접촉했어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하철, 버스 등 밀폐된 공간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의 관리망이 허술한 틈을 타 외출하는 ‘자가 격리 사각지대’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일 자가 격리 대상자였던 한 여성은 조치를 무시한 채 서울 자택을 벗어나 전북의 한 골프장으로 외출했다가 적발됐다. 3일 충북 청주에서는 환자 접촉으로 격리 조치됐던 한 교사의 동선이 파악되지 않아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고, 지역별 보건소와 합동으로 자가 격리 관리를 하고 있다”며 “관리망에서 누락된 사람은 직접 찾아가는 모니터링도 실시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영달·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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